'적응장애, 긍정적 사고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극복'
남희정 전문의(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2016.06.20 19:25 댓글쓰기


부서 변경과 상사 지적에 숨 막혔던 A씨
44세 회사원인 A 씨는 3개월 전 부서를 변경하면서 매사에 의욕이 없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2개월 전부터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밥맛을 잃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였습니다. 가슴이 늘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잦은 한숨을 쉬게 되는 증상이 생겨 내과의원을 방문하여 진찰과 심전도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내과에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고 부인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하였습니다. 기분은 우울하지 않다고 하였으나 주의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무표정하였습니다. 기왕의 정신과적 병력도 없고, 이학적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 부서를 변경하면서 새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상사가 일에 대해 지적을 할 때마다 힘들었고, 점차 자신감도 없어져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어요. 상사가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졌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일의 능률도 떨어졌어요’ ‘요즘 며칠 동안은 안절부절 못해서 가만히 있는 게 힘들고 사무실에만 들어가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았어요’ 라고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A 씨는 외래에서 약물치료 및 면담치료를 시행하였고,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상태가 호전돼 평온을 되찾아 새 부서에서 업무를 하며 적응하고 있습니다.
 

개인마다 다른 한계점과 환경이 원인

모든 사람들은 매일매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해지면 우울, 불안, 업무 수행 능력의 저하와 같은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들은 짧은 기간일지라도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적응장애라는 명칭은 1980년대 처음 소개되었고, 스트레스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심리적 증상이 발생한 상태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적응장애의 유발인자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적응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한 개인이 마음이 약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과에서 신체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여 꾀병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각 개인은 스트레스의 정도와 타고난 체질 (constitution), 성격 구조, 기질 (temperament) 에 의해 좌우되는 한계점( breaking point) 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뼈에 충분한 압력이 가해지면, 골절이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뼈에 전달되는 압력, 연령, 성별, 신체적 상태에 따라서 개개인마다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골격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골절이 되고, 골다공증처럼 취약성이 있는 골격에서는 골절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적응장애도 정신과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성격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 의미와 중요성 재검토 기회
일반적으로 적응장애는 수일이나 수주 지속되는 일시적인 장애입니다. 스트레스 요인 혹은 그 결과가 소실되면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스트레스 요인이 지속되고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개인의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 일종의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정신치료, 즉 면담요법이 가장 널리 이용됩니다. 장애를 일으킨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치료자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적응을 도와주고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졌다면 이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불면, 불안 등의 주된 증상이 있다면 이에 대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적응 스트레스가 있다고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든지 새로운 환경에 마주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은 주변에 자신을 맞춰 가는 대처 매커니즘을 작동시키기 됩니다. 영국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는 데는 평균적으로 84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왜 나는 이런 것도 못 이겨 낼까’ 하며 스스로 채찍질하기 보다는, ‘누구든 이런 상황에서는 힘들 수 있어’‘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라고 다독여주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서서 행복의 증진에 대한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의 상대적인 영향력을 수치화했을 때 환경(물질적, 직업적, 사회적, 가족, 국가…)이 주는 영향력은 10%, 유전적 설정값(성격, 타고난 기질)이 주는 영향력은 50%, 의도적 활동이 40%의 영향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얻고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환경적인 부분이(경제적 부, 직업적 성공, 학문적 성공, 멋진 배우자 등) 고작 10%의 영향력을 갖는 것에 반해 의도적인 활동이 40%의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만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지만, 그런 환경 변화에 의한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 익숙해집니다. 그런 우리에게 최근의 긍정심리학 관련 성과들은 의도적인 활동이 지속 가능하고 발전 가능한 행복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12가지 의도적 활동을 예시했는데, 이 중에 한 두 가지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선택해서 실천할 것을 권유합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12가지 활동
1. 목표에 헌신하자.(의미 있는 목표를 가지자.)
2. 몰입 체험을 하자.
3. 삶의 기쁨을 음미하자.(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4. 감사를 표현하자.
5. 낙관주의를 기르자.
6. 과도한 생각과 사회적 비교를 피하자.
7. 친절을 실천하자.
8.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자.
9.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자.
10. 용서를 배우자.
11. 종교생활과 영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자.
12. 몸과 영혼을 돌보자.(명상, 운동,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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