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07.06 11:11 댓글쓰기

요즘 여러 가지 사건들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동안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오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이러한 사회 변화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분명히 정신질환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편견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률이 매우 낮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아주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고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기록이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오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의 여러 사건들과 같이 정신질환자들과 연관된 사건들이 생기면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만 일부에서는 편견도 오히려 더 높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도 정신질환의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들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이 편견을 오히려 더 늘어나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실제로 치료 현장에서는 잘 치료받고 있던 많은 환자들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일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 불안, 불면 등 비교적 가벼운 문제로 병원에 오시는 분이 처음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정신건강의학과인데 진료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일반 사람들 같아 보이네요?’이다.

그 분들은 아주 이상한 사람들만 오는 곳이라는 생각에 내가 갈 곳은 아니지 않을까 많은 망설임 끝에 왔는데 실제로 와 보니 괜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고들 하신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는 이전에는 정신분열병이라 불렸던 조현병 환자나 조울증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양극성 정동 장애 환자들보다 우울증, 불안증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비중이 훨씬 더 많다.

어떤 환자들은 증상 때문에 일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한 정도인 경우도 있지만,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어려움이 있어서 병원에 오시기도 한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자살율을 낮추기 위해 여러가지 자살 예방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우울증 환자들을 빨리 치료받게 돕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굳이 병원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최악의 선택을 하거나 줄일 수 있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현대 의학에서 우울증은 뇌신경전달물질의 장애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서도 생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물학적 접근 중 가장 쉬운 방법이 약물 치료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이라고 하면 모두 중독성이 있고 뇌를 손상시키는 재우는 약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 가운데 중독이 되거나 내성이 생기는 약물은 안정제나 수면제 밖에 없고, 게다가 이러한 약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보다 다른 과에서 더 많이 처방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주로 사용하는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들은 정신 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여 단지 증상 조절이 아닌 완치를 목적으로 하게 되며, 이러한 약물들은 중독의 위험성도 없다. 또한 뇌를 손상시키기보다는 질병에 의해 망가진 뇌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해 준다. 
 

필자가 매번 정신건강 강좌를 할 때 강좌를 마치며 하는 말이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를 ‘부자들이 가는 과’라고 하기도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부자들도 오는, 와도 별문제 없는 과’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의무 기록은 가장 사적인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여기저기로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게 돼 있다. 무언가 자신이 예전과 달리 힘들고 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가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누구나 쉽게 올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편견이나 오해도 줄여야겠지만 국민들이 쉽게 올 수 있게 도와주는 정책들도 좀 더 정비가 돼야 한다.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정책보다는 적절한 치료를 도울 수 있는 국가적 정책들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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