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과 암(癌) 맞춤치료
안성민 길병원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2016.08.01 06:31 댓글쓰기

우리 몸은 10조개가 넘는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대부분의 세포는 핵 속에 DNA를 갖고 있다(놀랍게도 적혈구는 핵이 없다!)

DNA는 4진수(A, G, T, C)의 형태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담고있다. 유전정보는 유전자라는 단위로 묶여 있으며 유전자의 총합을 유전체라 부른다.


유전정보를 담고있는 DNA는 요컨대 우리 몸의 청사진이다. 수정된 순간부터 죽기 전까지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죽고 분열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다. 청사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청사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단백질이 일하는 세포에 문제가 생긴다.
 
청사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요소에는 자외선, 방사선과 발암물질 등이 있다.

이러한 손상은 대부분 복구되거나 단백질, 세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세포는 이전의 조화로운 삶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생존만을, 세포분열만을 추구하게 되고 우리는 그 결과를 암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암의 유전체를 분석해 보면 청사진의 어떤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문제를 약물을 이용해서 교정할 수 있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 개념이 현대적 암맞춤치료의 근간을 이룬다. 지금은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암유전체를 분석해서 청사진의 손상부위(돌연변이라 불리는)를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표적치료제라 부른다.

물론 모든 유전자 돌연변이에 관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다수의 표적치료제가 사용 또는 임상시험 중에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이 맞춤의학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이에 발맞추어 2015년 8월에는 미국 국립암센터가 대규모 암맞춤치료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 전역의 협력병원을 통해 3000명의 환자를 참여시켜서 돌연변이형에 따라 20개의 서로 다른 표적치료제로 치료하게 된다.

일본 역시 일본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폐암과 소화기암을 대상으로 유사한 모델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국립암센터가 소위 우산형 암맞춤치료 임상시험, 즉 암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뒤 결과에 따라 서로 다른 치료약제를 환자에게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임상시험은 약물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존의 임상시험과는 다르다.

이미 허가받은 또는 안전성이 확보되고 유효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단계의 표적치료제 및 면역치료제가 사용되며 치료제의 유효성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 유전체 분석을 한 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방식의 유효성 또는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암맞춤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그 자체를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단계이며, 이는 사실상 암맞춤치료가 임상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암맞춤치료를 기대하는 환자는 아직도 대다수의 표적치료제가 임상시험 단계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암맞춤치료는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과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의사의 적극적인 노력과 환자의 이해,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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