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노인우울증 이해, 행복사회로 가는 첫 걸음”
김상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2016.10.24 10:43 댓글쓰기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60만여명(2015년)으로 전체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볼 때 약 13%이다. 고령사회 기준 14%에는 못 미치지만 2018년경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배우자와 사별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138만명(2015)으로 노인 5명당 1명꼴이다. 배우자와 헤어지고 자녀들에게 외면당한 노인은 사회경제적으로 곤란할 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불리하다.


노령에 이르면 일상생활에서 여러 기능들이 떨어지고 신체적 질병에 취약해짐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우울, 불안, 불면에 빠지기 쉽다. 또한 현대사회의 핵가족화로 인해 과거 가족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노인의 위상이 크게 약화됐다.


더욱이 잔소리 듣길 꺼려하고 염려스런 당부와 중재를 간섭, 괴롭힘 등으로 느끼는 젊은 세대들의 고뇌와 맞물려 노인들은 박탈감, 허탈함을 넘어 우울함마저 느끼는 형국이다.


최근 내원하신 어르신들은 우울함을 이처럼 표현한다. “기억도 약해지고 몸도 불편해져 자식에게 짐 될까 무섭습니다”, “몸쓸 병에 걸려 앓아눕진 않을지 (경제적으로) 걱정됩니다” “삶이 피곤하고 아무 미련 없으니 하루빨리 편히 가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종반, 홀로 서서 느끼는 고뇌와 무거움이 짠하게 느껴지는 멘트다.


일반적으로 1) 우울한 기분 2) 흥미 또는 즐거움의 상실 3) 식욕 저하 4) 수면 장애 5) 생각, 행동이 느려짐 혹은 초조 6) 피로 7) 무가치감, 죄책감 8) 사고력, 집중력의 감소 9) 자살 사고 등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노령에서는 우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불안, 초조, 불면, 기억력 감퇴 등 신체증상 호소가 더 많다. 따라서 숨겨진 우울을 간과한 채 신체증상에만 치중하면 우울증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은 치료약을 잘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상담을 병행할 때 그 예후가 가장 좋다. 특히 최근 개발된 항우울제들은 효과가 월등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같은 진단이 붙어도 환자마다 원인이 다르고 동반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해당 환자의 증상들이 지니는 심리적 의미를 분석해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상담치료가 병행되면 최상이다. 실제로 우울한 어르신의 신체 불편, 외로움 등을 심리 측면에서 잘 이해하고 다루면 병의 예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 가까운 가족, 친구, 이웃으로서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가능하면 편안한 가족, 친구가 곁에 있도록 배려한다.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곁에 좋아하는 친구, 가족이 있다는 자체가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로 기분이 좋아지는 잔잔한 즐거움(soft interests)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허용한다.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 이런저런 생각 글로 써보기, 마음에 위안이 되는 글이나 사진 보기, 가벼운 게임 및 좋아하는 운동하기, 강아지 혹은 고양이 데리고 산책하기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셋째로 어떠한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화내거나 조급해 말고 불안, 초조를 줄이도록 도와준다. 가장 힘든 것은 심리적 중압감, 부담감, 죄책감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지지해주고, 설사 부정적 생각을 표현해도 놀라지 말고 우울감 호전시 동반 사고도 대부분 사라진다는 믿음을 갖고 위로해주면 좋다. 물론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을 때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잘 받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누구든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며 언제든 우울증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질병으로써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의학적 과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우울한 사람에게 도움 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작은 도움들이 삶과 죽음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우리사회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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