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도움 받으면 금연 성공률 높일 수 있어'
김재열 교수(중앙대학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2017.03.26 20:56 댓글쓰기

인류의 조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주제다. 유골과 도구의 연대측정 기법에 DNA 분석이 더해지면서 호모사피엔스 기원과 이동과정이 상세하게 밝혀지고 있다.

 

주류 가설에 의하면 인류의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탄생했고 약 7만년 전에 인지능력이 급격한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 곳곳에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들이 시베리아에 다다른 시기가 약 2만년 전이라고 하는데 이 집단은 인류역사에서 두 가지의 인상적인 자취를 남기게 된다.

 

첫째는 야생 늑대를 길들여서 개로 가축화하는데 성공한 사실이다. 개를 가족같이 사랑하시는 분들은 시베리아에 사셨던 조상님들께 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빙하기에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서 정착하는데 아메리카 원주민은 인류최초로 담배잎(니코티나 타바쿰)을 말려서 이를 파이프에 넣고 피우는 습관을 발명한다.

 

그러니까 개와 담배는 시베리아에 정착했던 인류의 조상들에서 기원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래 니코티나 타바쿰은 해충의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 것에 대항해서 니코틴을 진한 농도로 잎에 농축한 것이라고 한다.

 

애벌레가 니코틴이 농축된 잎을 갉아먹게 되면 중추신경이 마비되면서 죽게 되지만 사람이 잎을 말려서 피우게 되면 적당량(?)의 니코틴이 뇌에 전달되면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도물질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만 유행했던 흡연은 15세기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에 소개됐고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을 통해 담배가 들어오게 된다.

 

담배 연기에는 수천종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담배 중독을 유발하는 성분은 니코틴이다. 니코틴 중독성은 마약 중독성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니코틴 중독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호흡기질환으로 호흡곤란을 느끼면서도 흡연을 계속하는 환자의 비율은 대략 30% 정도이며 다양한 대규모 임상연구 데이터에서 일관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또한 만성심부전으로 타인의 심장을 이식한 후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도 다시 담배를 피우는 비율도 30%이다. 그렇게 때문에 담배 맛에 한 번 중독되면 도저히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30% 정도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낙담을 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금연치료제들은 니코틴의 중독 기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항하는 기능이 있다.

 

금연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발매된 바레니클린을 복용하면 약 성분이 뇌에 도달해 니코틴 특이 수용체에 단단히 결합한다.

 

이후 담배를 피우게 되면 뇌에 도달한 니코틴은 이미 수용체에 결합돼 있는 바레니클린 때문에 수용체 결합에 실패해 본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즉, 담배를 피워도 각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게 된다.

 

또한 수용체에 결합된 바레니클린은 니코틴만큼은 아니지만 소량의 도파민 분비를 유도해 흡연 갈망과 금단 증상을 줄여준다.

 

혼자 의지만으로 하는 금연은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의사를 방문해 금연상담을 하고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면 금연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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