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 급사 연관성
신승용 교수(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2017.07.03 05:26 댓글쓰기
학창 시절이나 군 복무 중 조회나 점호 중에 차려 자세로 장시간 서 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저절로 의식을 회복하는 것을 실신(Syncope)이라고 하는데 그 원인은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감소하는 데서 온다. 뇌 혈류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흔한 원인이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이다.

우리 몸의 맥박과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는 크게 순기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과 역기능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e)으로 나뉘어 정교한 메커니즘으로 조화를 이루는데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에 속한다.

교감신경은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같이 맥박이 빨라지게 하거나 혈압이 높아지게 한다. 부교감신경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이 맥박이 느려지게 하거나 혈압이 낮아지게 한다.

마치 자동차가 주행하다가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길이 복잡해지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을 하듯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우리 몸의 에너지 요구량을 적절히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교감신경이 흥분해서 심박수와 혈압을 유지시켜준다.

그러나 우리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우리 몸을 보호해주기 위해서 브레이크 기능을 하는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이 흥분해 심박수를 느리게 하고 혈압을 낮춰준다.

이때 초보운전자가 급제동을 하듯, 젊고 건강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미주신경이 급격하게 심박수나 혈압을 낮추면 뇌 혈류가 감소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서 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누운 자세가 되면 중력의 영향이 사라지므로 혈압이 낮거나 심박수가 느리더라도 뇌 혈류가 회복되므로 특별한 치료 없이도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은 대부분 기질적 심장질환이 없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 중에서 자율신경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거나 미주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많은 경우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심한 탈수, 더운 날씨 등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은 기전에서 알 수 있듯이 뇌 혈류가 감소되어도 뇌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 장치지만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 안전한 자세를 취해 조심해야 한다.

의식을 잃기 직전 나타나는 전조증상이 있으므로 미리 대처하는 방법도 있다.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아찔한 느낌, 어지러움, 기운 빠짐, 식은땀, 가슴 답답함, 숨찬 느낌, 울렁거리거나, 토할 것 같은 느낌, 체한 것 같은 느낌, 대변 마려운 느낌,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 등과 같이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조합과 세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경험 많은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자칫 잘못하면 급사(Sudden death)를 예고하는 신호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실신은 발생 당시의 상황과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어려우나, 약 1/3의 대상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기질적 원인 질환이 없는 것이 확인된 상태라면 실신을 유발시키는 촉발요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보고 이것을 회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일이나 공부가 바빠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격렬한 운동 및 노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와 같이 탈수된 경우에 더욱 잘 생기므로 평소 물을 자주 먹도록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노력에도 증상이 재발한다면 전구증상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예고가 왔을 때, 2차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신속하게 앉거나 누워서 증상이 가라앉을 때까지 충분히 쉬는 것이 좋다.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자주 재발할 경우에는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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