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늘어나는 '두경부암'
박일석 교수(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2018.09.03 05:14 댓글쓰기
두경부암은 입술, 구강, 코, 부비동, 비인두, 구인두, 하인두, 후두, 경부식도, 침샘, 갑상선과 경부의 연부조직 등 얼굴과 목 거의 모든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두경부암은 전체 암 중에서 여섯 번째로 흔한 암이며 비교적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65 만명 이상의 새로운 두경부암 환자가 발생하며 35 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2017년 보고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전체 암환자 수 21만4701명 중 갑상선암을 제외한 두경부암 환자 수는 4455명으로 전체 암환자의 2.1%를 차지했다.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며, 40~60대가 70~80%를 차지한다. 

두경부암은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위험인자로 널리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으로 인한 발생이 크게 늘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부위별 두경부암 발생율과 연령별, 성별 발생 양상을 분석한 결과, 흡연율 감소와 더불어 고령층의 두경부암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나, 60세 이하 젊은 연령층에서는 남녀 공히 전체 두경부암이 미세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흡연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후두암, 하인두암 등의 빈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편도를 포함한 구인두암은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전 연령층 그리고 특히 남성에서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유럽의 연구와 비교해 봤을 때 현저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국내외의 두경부암 발생빈도 변화는 이 질환의 발암물질로 알려진 흡연과 음주 외에 다른 원인이 존재 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또 역학적,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하여 인간 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 감염이 흡연이나 음주와 상관 없이 두경부암을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주로 흡연과 음주가 발병원인인 HPV 음성 편도암은 1988년과 2004년 사이 50% 감소한 데 반해 HPV 양성 편도암은 1980년대 20%에서 2014년 70%로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2020년을 기점으로 HPV에 감염된 편도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HPV 관련 두경부암은 주로 혀, 목구멍 편도부위에 발생이 잦고, 상피나 점막의 손상 부위를 통해 침투한다.

HPV 양성 두경부암(편평상피암)은 HPV 음성 암과 비교해 분자유전학적, 역학적, 임상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HPV 양성 편도암의 경우 음성보다 3∼5세 정도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남성이 3배가량 환자가 많다. 성생활, 마리화나(대마)와 연관성이 높은 대신 흡연이나 음주와의 관련성은 떨어진다.

두경부암의 증상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수개월 간의 쉰 목소리,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입안 궤양, 연하통으로 음식물을 삼킬수 없는 경우 등이 있다.

진단은 우선적으로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며 진단이 되면 영상검사(CT, MRI와 PET-CT 등)를 통해 암이 얼마나 진행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치료는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와 이 3가지 치료를 조합하여 시행하며 발생부위와 암의 진행 전도에 따라 결정된다.

예후는 발생부위와 암의 진행정도, 나이, 성별, 전신상태에 따라 달라지며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치료성적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HPV 양성 두경부암의 경우는 HPV 음성보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좋아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되어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과음을 삼가하고 최근에 원인으로 밝혀진 HPV 감염은 성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건전한 성생활이 필요하며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과 달리 편도암 예방 백신은 아직 연구 중이다. 

두경부암은 드물지 않은 암으로 수개월간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심되는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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