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료사고 1건당 부담 2862원'
추호경 중재원장 '의협, 의료분쟁조정원 참여' 요청…'대화하겠다'
2012.04.03 20:00 댓글쓰기

 
"산부인과 개설자가 불가항력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분만 1건당 부담하는 비용이 2862원 정도입니다. 펀드를 만들어 보상하는 식이죠. 의료분쟁조정법은 의사를 위한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건의료 전문 검사 출신인 추호경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 내정자(65세)[사진]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 협조를 구했다. 의료계와 대화할 뜻이 있으며 자신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추 내정자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문제 발생 시 펀드를 만들어 엄격히 심사해 보상한다"며 "산부인과는 분만 때마다 3000원도 안 되는 비용을 부담한다. 보험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부인과가 각각 7대 3의 비율로 보상하는 것은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추 내정자는 "지금 의료계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분만 진료라도 무과실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정부가 모든 의료를 책임지는 의료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서는 허용되기 어렵다. 그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서 보면 직종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어"

 

그는 그러면서 "불가항력을 왜 산부인과 의사가 분담해야 하느냐는 의료계 주장이 맞을 수 있다"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국민에게 직종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몇십억 때문에 좋은 제도가 사장되는 것은 안타깝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다양한 어려움을 중재원장인 자신을 통해 정부와 대화하고 협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의협과 병협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꼭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며 "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다만 의료계도 설득력과 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 추 내정자는 의료분쟁조정법 입법 초기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컸다고 한다. 특혜 요소가 많고 법리적으로도 이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이 수정을 거치면서 "해볼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전했다.

 

"1년 시행 후 문제 내용 검토하고 정부에 건의"

 

그는 "우선 1년간 법안을 시행한 후 문제가 있는 점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건의할 생각이다. 종합학술대회도 열 생각"이라며 의료계와의 대화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의료계가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의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위원회에 의사가 과반이 들어가야 하나. 감정 결과가 폭넓은 신뢰를 얻으려면 출신이 다양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추 내정자는 "합리성과 논리성을 가진 2명의 의사가 충분히 다른 위원을 설득할 수 있다"며 "그동안 다양한 위원회에 참석했다. 1명의 의사 출신 위원이 전체 결정에 영향을 미치곤 했다"고 소개했다. 

 

추 내정자는 오는 8일 임기가 시작하면 신속·정확하고, 신뢰받는 감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정이 훌륭하면 80% 이상은 잘 된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과실유무와 인과관계를 제대로 밝혀야 조정도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중재 중 자료가 유출되는 문제에는 "민사조정법에는 조정절차 중 나온 발언은 소송에 원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소송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환자 등이 감정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얻을 수 있으며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다만 감정과 조정결과가 법원에 간다고 해도 특별히 달라지지 않도록 공신력을 키우겠다. 1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 내정자는 "의협이 감정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있다. 당장은 확보한 인력으로 충분하다"면서도 "수준 높은 인력을 확보하고 연속성 측면에서 의협이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추 내정자는 주장이 정부에 치우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해할 수 없다"며 정색했다. 그는  "중재원은 독립기관이다. 복지부 장관이 나를 임명하지만 업무 독립성은 명확하다"며 "사실상 준 사법적인 일을 하기 때문이다. 신속·정확한 감정과 조정만 생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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