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강국 표방 한국서 폭행당하는 의사
2013.08.06 07:11 댓글쓰기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보건의료를 선정해 미래의료산업 육성에 나섰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의료 강국 KOREA를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수 차례 공표했다. 정부가 국내 의료수준을 세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림으로써 국가 산업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당당한 포부와 달리 한국 의료계 내 의사 안전망 설립은 가시적 성과 없이 표류 중이다. 최근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에 의한 의사 폭행이 빈발하고 있지만, 현 의료법에는 진료방해 금지와 관련한 항목만이 명기됐을 뿐 처벌 규정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의 질은 자타가 공인하듯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싱가포르, 인도, 태국, 캄보디아, 러시아 의료진과 환자들은 한국 병원을 찾아 현장 견학 팸투어를 진행하거나 자국에서 시행이 어려운 의료수술을 받는다.

 

명동 등 외국인이 몰리는 도심에서 성형수술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눈과 코에 붕대를 두른 채 쇼핑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한국 의료진의 안전도는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난 2011년 복지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81% 의사가 폭언을 겪었고, 50%는 폭행을 당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응답한 의사도 40%였다. 의료강국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다.

 

의료계는 해외환자 유치 등 전시적 외형에만 치중하고 내부적 법규 마련에 무관심한 제도권에 허탈감을 표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국내 의료기관 종사자 인력은 100만이 넘는다. 국민 건강을 최일선에서 책임지고 있지만 사회는 병원 내 의료인 폭력에 배려가 없다"고 개탄했다.

 

응급의사에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고 만취한 환자가 여의사의 배를 걷어 차는가 하면 의료시술 결과에 앙심을 품은 환자가 몰래 숨겨 간 과도로 의사 복부를 수 차례 찌른 사건은 듣는 것 만으로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이처럼 진료실 내 피습 등 의사 폭행 사건이 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도 병·의원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법안 마련에 힘쓰는 모습이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이 오히려 환자로부터 피습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의료인을 위한 법과 제도적 안전망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및 진료실 내 CCTV 설치 허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은 "환자 건강과 직결된 만큼 의료인들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의사 뿐 아니라 환자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의료인 폭행, 협박하거나 의료기관 기물 파손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용으로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수 년 전인 17대, 18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법·제도는 여전히 부재해 피습사건이 재발해도 이를 처단할 근거가 없다.

 

최근 법원은 응급실에서 의사 얼굴을 가격한 환자에 상해죄와 응급업무방해죄를 적용해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양형 선정을 주관적으로 바라 볼 수는 없는 일이나, 생명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의료진이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진료방해 시 300만원 벌금이 응급환자의 생명을 갈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엄벌이라 표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과거 버스기사 등 대중교통 운전자 폭행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지난 2007년 4월 법무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안을 마련, 대중교통 운전자 폭행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법안이 실시됐다.

 

폭행을 당하는 이는 운전자지만, 이로 인해 버스 내 이용승객들 모두가 부상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회 여론이 커진데 따른 결과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응급실·의료기관은 더 중요하고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야 한다. 환자 생명을 촌각으로 다투는 병·의원에서 폭언·폭행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할 규제책 마련이 거북이 걸음을 걷는 동안 환자 역시 제 2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차츰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의사가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뒤에는 때가 늦다. 화려한 겉모습 뿐 아니라 법적, 도덕적 규율이 자리잡힌 의료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의료가 세계를 치료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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