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성형 권하는 대한민국
이정환 기자
2014.04.24 07:37 댓글쓰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숨을 거둔 뒤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이미 일이 벌어진 뒤 후회하거나 뒤늦게 방책을 내놓아 봐야 의미가 없다는 함의를 지닌 고사성어다.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에서는 가급적 인용되지 말아야 할 성어가 잇딴 성형 의료사고가 발생하면서 빈번히 회자되는 현실이다.

 

최근 성형외과의사회가 '쉐도우 닥터'를 통한 환자 기만 및 불법 성형수술이 횡행한다는 현실을 양심고백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대리수술을 하거나 이를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환자에게 기준치 이상의 수면마취제 투여하고 칸막이를 친 비좁은 수술장 속에서 공장식 노예수술이 일상화 돼 있다는 것이다.

 

휘황찬란한 광고 간판들로 지금까지 은폐해왔던 성형외과의 불편하고 어두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같은 일련의 사안은 지난 12월 쌍꺼풀·코 성형술을 받다가 뇌사에 빠지는 사건이 터진 뒤 강남 소재 유명 G성형외과를 진상조사 하면서 알려졌다. 여고생의 안타까운 의료사고가 알려지지 않았다면 국내 성형외과의 왜곡된 현실은 여전히 은폐됐을 확률이 높았다.

 

성형외과 불법 사건이 언론과 여론의 포화를 맞자 의료계 곳곳에서는 그제서야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곪을대로 곪아버린 성형외과 내부 비리가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며 사필귀정이라는 시선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의사회의 자체 진단을 통한 내부 고발은 숨을 거둔 환자에 약을 짓는 행위일지언정 의료강국, 성형선진국을 표방하는 한국의 미래를 볼 때 의미있고 용기있는 결단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제가 된 G성형외과를 검찰에 고발하고 불법행위 근절 및 윤리의식 강화를 통한 의료사고 방지를 천명했다.

 

 

의사회는 "유명의사를 내세워 환자를 끌고 수면마취 후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그림자 의사에게 수술을 시행케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불법 의사를 색출해 제명, 검찰 고발을 통해 정화 나설 것"이라고 강변했다.

 

의사회 박영진 윤리이사는 "말 뿐이 아닌 결단력 있는 실천을 통해 성형 의료계의 썩은 살을 도려내겠다"며 "쉐도우 닥터 등이 대리수술을 해도 법적 처벌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입법청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을 타개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스스로 메스를 들고 성형의료계의 곪은 환부를 올바르게 치료해 나갈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매년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서는 중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성형수술이 인기가 높을 만큼 성형 연령대가 빠르게 낮아지는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성형외과계의 강도 높은 반성은 향후 한국 성형 관련 미래를 조금이나마 밝힐 희미한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관 상 신체 및 외모를 교정하는 성형술도 사람을 살리는 인술(仁術) 위에 설 때 한국 성형의료가 진정한 세계 일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전반적으로 공고해 질 때 공장형 노예성형으로 피해를 입는 환자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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