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을 두고 학회와 의사회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위기는 사실이지만, '폐과'라는 단어가 국민적 오해와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학회측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9일 '소청과의사회의 전문과목 표방 포기 선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회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학회가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의사회와 학회 임원들은 회견 전날 만나 이 같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도 학회는 '폐과', '작별인사' 등 민감한 단어 수정을 제안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는 "금번 의사회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현실적인 타계를 위해 소아전문 1차진료 표방 포기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차 진료 개원가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하면 평생 업(業)으로 해오던 전문의가 소아청소년 전문진료를 포기하고 일반진료로 살 길을 찾아 전환하려고 하겠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고 공감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단 의사회가 '폐과'라고 표현한 것은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도저히 소아청소년 전문진료만으로 의원을 운영할 수 없어 일반진료로 다변화한다는 선언"이라고 풀이했다.
학회는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지'를 시사하는 '폐과'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과 자체 존립 문제로 비춰지고 국민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폐과' 의미를 두고 기자들의 많은 질의가 쏟아졌다. 수사적 의미인지, 실제 동네의원들이 문을 닫는다는 건지 등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현장에서 "말 그대로 '폐과'를 의미한다"며 "지금 이 상태라면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내리거나 간판은 달고 있되 만성질환을 보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을 못줘서 문을 닫은 소청과 의원이 지난 5년간 662곳으로 집계
이어 "월급을 못줘서 문을 닫은 소청과 의원이 지난 5년간 662곳으로 집계된다"며 "질병청은 국가예방접종 가격을 통제하고, 복지부의 진료비 동결에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안산에서 동네의원을 운영 중인 정승희 원장도 "만성질환 진료가 전체 30%를 차지한다. 지금의 보상 구조나 시스템이라면 소아청소년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이어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만들면 뭐하냐, 미숙아가 태어나거나 아이가 아프면 진료해줄 전문의가 없다. 실제 대학병원에 소아응급의학을 비롯홰 소아안과, 소아심장 전문의 등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덧붙였다.
학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소청과 전문과목 사수하고 국민들 건강권 유지 최선"
소아청소년과학회는 개원의 및 봉직의, 지도전문의, 교수, 전공의 등을 아우르는 단체인 만큼 향후 복지부와 제도 개선 및 보상 확대 논의, 전공의 교육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영호 소아청소년학회장은 "학회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청과 전문과목을 끝까지 사수하며, 국민들의 건강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청소년과 진료시스템 회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아이와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 의료 체계 확보 지시 이후 복지부와 추가 대책을 조율 중"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의료시스템 와해를 반전시킬 수 있는 보상수가와 인력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인 올해 전반기까지 정부의 추가 보완대책이 발표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도 소청과의사들의 '폐과 선언'에 '긴급대책반'을 구성, 국민들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침을 제시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들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