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을 놓고 환자와 보험회사 간 법정다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보험회사들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부산지방법원(판사 정성호)은 최근 A보험회사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지난 2020년 11월 노인성 백내장 진단 후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 및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의 치료를 받았다. 이후 보험회사에 899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수술의 적정성을 문제 삼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검사 소견상 ‘백내장’으로 보기 어렵고,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 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만큼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안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진행했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안경, 콘택트렌즈’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보험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단순히 외모 개선 목적의 치료로 보기 어렵다”며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백내장 치료 과정에 시력교정 효과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 판결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초점 인공수정체도 초점을 맞춘 수정체를 삽입하면 시력교정 효과가 있다”며 “다초점 인공수정체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백내장 수술 자체가 본인 시력에 알맞은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것인 만큼 수술에 따른 시력교정 효과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험회사가 백내장 수술 적정성 판단을 이유로 요구한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에 대해서도 보관이나 제출 의무가 없다고 일침했다.
재판부는 “병원에 검사 내용 및 검사 소견의 보관 외에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 등을 보관하도록 정하는 관계법령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의 세극등현미경 검사 자료 요구는 약관 이상의 입증을 강요하는 것으로, 약관에 정해지지 않은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회사는 병원 진료기록지에 기초해 작성한 의료자문 결과를 제출하며 백내장 수술의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원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원치료 여부 역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입원 관찰이 필요하다는 시술 의사 소견을 받아들였다.
사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미지급 사태는 보험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지 오래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환자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를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한 환자가 2000명에 육박한다.
이 외에도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수 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정경인 대표는 “백내장은 명백한 입원치료이며, 담당의사 진단이 보험회사 의료자문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더 이상 보험회사들이 백내장 수술비 지급을 거절할 명분은 없다”며 “이번 항소심 확정 판결은 유사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