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19일 전국적으로 수천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전공의들까지 오늘(20일) 사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가적인 의료대란 촉발이 임박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 엄포와 회유를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에 대한 전공의들 실망과 분노감만 더 커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세브란스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애초 응급실은 문제가 많았고 동료들이 언제든 병원을 박차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 따윈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전문의 꿈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면서 “저는 이제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소속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12명 중 600여 명은 19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협은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들 진료 중단 시점을 20일 오전 6시부터로 예고했으나,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이보다 하루 앞서 진행됐다.
다른 빅5 병원 전공의들 사직서 제출은 지난주부터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전공의들이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으나, 아직(19일)까지는 모든 전공의들이 정상 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전공의 525명 중 160명 이상, 서울성모병원도 290명 중 190명이상이 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19일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성빈센트병원 123명 중 100여명, 인천성모병원 92명 중 60명, 길병원 196명 중 71명, 인하대병원 158명 중 100명, 고대안산병원 141명 중 68명, 아주대병원 255명 중 133명, 분당서울대병원 220명 중 144명, 한림대성심병원 153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충청 지역은 건양대병원 122명 중 95명, 충북대병원 137명 중 29명, 경북 지역은 경북대병원 193명 중 179명, 계명대동산병원 182명 중 21명, 대구가톨릭대병원 11명 중 83명, 영남대병원 161명 중 65명, 칠곡경북대병원 87명 중 7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경남 지역의 경우 부산대병원 244명 중 100여명, 양산부산대병원 163명 중 138명, 진주경상국립대병원 146명 중 121명, 창원경상국립대병원 39명 중 21명, 삼성창원병원 99명 중 71명, 울산대병원 126명 중 3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졌다.
강원 지역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전공의는 전체 152명 중 97명, 전북 지역 전북대병원은 189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전남지역의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각각 10명, 7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이외 수백명이 사직 의사를 표명해 20일 실제 제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다수 수련병원 전공의들도 대거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며, 상당수 전공의들도 오늘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수술‧외래 진료 등 긴급한 것만 우선적으로 진행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면서 수술을 연기하는 등 진료에 차질이 초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수술, 입원, 외래 등 일부 환자들 진료를 조정 중”이라고 밝혔으며, 삼성서울병원 측은 “19일 전체 수술 중 10% 정도(20여건)가 연기됐으나, 20일에는 예정된 수술 중 30%가량(70여건)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도 19일 수술 200여 건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암 수술 등 100건 정도만 진행하고 나머지 절반은 환자들 동의를 구해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은 이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의 한 암환자는 자신의 SNS에 “3월 말 외래 진료와 검사가 예정됐으나 병원으로부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3월말 혹은 그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진료를 못받을 확률이 높지만 다음 주 약속된 외래 시간에 맞춰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알고 지내던 환우들과 연락을 취해 안부를 물어본 뒤 “안타깝게도 주요 병원 대다수가 파업에 동참해서 현재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A 교수는 “교수진이 최대한 수술을 소화하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다수 수술이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