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전방위적으로 더욱더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경찰과 검찰을 동원해 수사와 기소를 거론하며 엄포를 놓았다.
또 군 당국은 사직한 전공의들의 출국까지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전공의들이 “비민주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친 지 채 하루도 안 돼 일어난 일들에 의료계 안팎의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주동자와 배후세력 구속수사, 복귀 거부 전공의도 정식 기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1일 오후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과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집단적인 진료 거부 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의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법령에 따른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해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아니하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집단헹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같이 강력한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전날인 20일을 기점으로 대거 확산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의 약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소속 전공의의 63.1%인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확인됐다.
직전 날보다 사직서 제출은 2401명, 근무지 이탈은 4482명 늘어난 셈이다.
醫 “초법적 명령으로 전공의 탄압” 지적에 政 “현장 떠나는 게 더 큰 겁박”
이에 정부는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1일 오전 중수본 브리핑에서 “앞으로도 정부는 법과 원칙에 의거해 집단행동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는 극렬히 반발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일 밤 성명을 내고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차관은 21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병원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일시에 집단적으로 사직하는 게 과연 헌법상의 기본권이냐”고 되물었다.
박 차관은 또 “정부가 법을 집행하는 걸 겁박이라고 하면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서 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만 배, 억만 배에 가까운 겁박”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사직한 전공의, 출국하려면 수련병원장 추천서 제출
한편, 병무청이 사직한 전공의들의 출국을 제한하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무청은 최근 ‘의무사관후보생 등 국외여행허가 처리 시 유의사항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의무사관후보생은 의사 면허 취득자가 전공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33세까지 병역의무를 연기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은 국외여행허가 신청 시 소속기관 장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 수련과정을 이수했거나 퇴직한 경우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병무청은 이번 공문을 통해 집단행동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업무개시 명령을 받은 대상자도 국외여행허가 신청 시 추천서를 제출토록 했다.
사직 전 소속됐던 수련병원의 병원장이 추천해주지 않을 경우 출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집단행동이 아닌 본인의 질병 등 사유로 정상 퇴사한 경우에는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지만, 복지부 등 관계기관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잇따른 처벌 발언, 스승들도 분노 차올라
이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1일 비대위 정례브리핑에서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공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의사들을 강력범죄자와 동일시 하고 있다”며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불법으로 탄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빅5 병원 A교수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정부가 하루도 쉬지 않고 전공의들 화를 돋우는 말들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계속 처벌, 처벌 이러니 교수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법조인은 “현 정부가 사안에 따라 법 적용이나 검찰력을 잘 이용하는 편”이라며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옥좨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