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의 처방일수가 60일로 제한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의 처방제한규정이 국정감사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신경과학회는 철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으나, 보건복지부는 “다른 진료과와의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SSRI 처방권에 대한 학회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참고인 출석은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신청했다.
홍 이사장의 가장 먼저 내세운 근거는 ‘접근성’이다. SSRI는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는 약물인데,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장기처방이 가능해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홍 이사장은 “처방제한 고시가 시행된 이후 SSRI 처방을 받는 것이 ‘30배’ 어려워졌다고 본다. 장기처방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를 고려했을 때 그렇다”며 “약에 대한 우울증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자살률 증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우울제 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약물에 대해선 처방제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과량 복용 치사율로 봤을 때 항우울제보다 치사율이 높은 조헌병(정신분열증)‧조울증 치료약물에 대해선 이같은 처방제한 규정이 없다”며 “안전성 관점에서도 이러한 규정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가에선 진료과에 따른 항우울제 처방 제한규정 자체가 없다는 점도 들었다.
권덕철 장관 “처방 제한 철폐가 자살률 저하로 이뤄질지 검증 안돼, 유관학회 논의 필요”
그러나 답변에 나선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홍 이사장 주장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권 장관은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풀면 자살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자살률 저하 대책은 기본적으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신경정신의학계의 경우 신경과와는 의견이 다르다”며 “대한의학회 등 유관단체가 모두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의학계 내부 이견 외에도, 권 장관은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 장관 답변을 들은 최연숙 의원은 한 달 내에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SSRI 처방제한 철폐를 두고 대립해온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현 이사장 임기는 연말까지다.
홍 이사장 또한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처방제한이 20년간 고수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복지부 장관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재차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권 장관은 “한 달 내로 해결은 어려운 문제이며 유관학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