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267명을 대상으로 한 CCTV 수술실 설치 의무화에 관한 설문 조사결과, 1156명(91.2%)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의료인의 직업적·도덕적 행위의 자유 등에 관한 쟁점이 핵심이며, 외과 의사 기피로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우려가 있다는 답변도 1149명(90.7%)에 달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임지연 의료정책연구원은 대한의사협회지에 ‘수술실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 및 필수의료 붕괴에 관한 의사들의 인식’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 2021년 7월 21일 법안 재심사 전(前) 설문조사에 이어 2023년 9월 23일(법 시행 직전)에 의사들의 법 인식을 재검토한 결과로 총 1267명의 의사가 응답했다.
논문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된다. 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안전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지침이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CCTV 영상이 형사처벌 증거로 활용되는 만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료분쟁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의 헌법상 기본권침해 여부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인격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응답했다. 전제 응답자 중 91.2%가 ‘예’, 8.8%가 ‘아니오’다.
의사들은 해당 법이 의사 등 의료인 직업수행 자유, 인격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제한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CCTV 의무화 반대…‘의료진 감시 우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 찬성 여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93.2%가 ‘아니오’라고 답했고, 수술의사는 94.0%, 비수술의사는 91.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이유(복수응답 2개)로는 전체 응답자 중 55.4%가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 침해’ 가 우려로 응답했다.
이외에도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51.7%)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4.4%)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2.1%) ▲해킹으로 인한 환자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38.2%)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2021년 7월 9일부터 7월 16일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도 반대 이유로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가 가장 높게 나온 것과 동일한 결과였다. 또한 비수술의사에 비해 현재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의 법안 반대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과 가족의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하는 수술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9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수술의사는 92.3%가 비수술의사는 91.0%가 반대했다.
이외에도 본인이 원장이라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시행 시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5.7%가 ‘예’라고, 44.3%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수술의사는 49.5%, 비수술의사는 68.2%가 폐쇄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수술의사 폐쇄 의향이 비 수술의사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본권 침해 법안…대안적 조치 필요
임 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해당 법은 정보 주체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으로 효율적 대안을 통한 입법 목적이 달성되도록 다른 대안적 조치 방안이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술이라는 의료행위, 수술실이라는 장소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현장 현실 및 의사들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입법 목적 달성보다 효율적 방안이 있다면 과감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태도다.
2년의 격차를 두고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령 실시에 대한 인식조사를 볼 때 법령 시행에 대한 충격으로 반감 또는 거부감이 더 높아졌음을 재확인했다.
보건복지부의 졸속 행정에 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복지부가 법 시행을 앞둔 3일 전에 의료법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을 공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법 시행에 앞서 수술실 CCTV 설치·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이 의료현장에 충분히 안내·고지되지 못해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임 연구원은 “일부 지자체는 CCTV 설치 대상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 회복실도 CCTV 설치 대상으로 안내하는 등 시행규칙 및 가이드라인과 다른 내용이 안내됐다”며 “규칙과 가이드가 명확하게 의료기관에 전달되도록 행정적 지원과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