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대학 자연계열을 떠나는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의과대학 진학을 염두한 이탈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가 실현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 전망이다.
25일 입시 전문기업 종로학원이 각 대학 2022년 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총 1874명이 중도탈락했다.
중도탈락은 자퇴 또는 미등록, 학사경고 등의 이유로 제적당한 경우인데, 이중 무려 1421명(75.8%)이 자연계 학생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문직 선호 현상에 따라 대부분 의대, 약대, 한의대, 치대, 수의대 등 의약학 계열 진학을 위해 반수, 재수 등을 택하며 빠져나간 인원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같은 현상이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3개 대학교의 자연계 중도탈락자 수는 ▲2020년 893명 ▲2021년 1096명에 이어 작년 1421명으로 3년새 59.1% 증가했다.
서울대의 경우 2020년 174명, 2021년 227명에서 중도탈락자 수가 3년새 58% 늘어났다. 지난해 341명이 자퇴했으며, 자연계는 275명, 인문계는 66명으로 자연계 비중이 4.2배나 높았다.
고려대 자연계 중도탈락자 역시 같은 기간 내 413명, 526명, 653명을 기록했으며, 연세대 자연계 중도탈락자도 306명, 343명, 493명 등으로 치솟았다.
SKY 외에 성균관대 자연계열도 자퇴생이 크게 늘었다. 2020년 312명, 2021년 450명, 2022년 561명 등으로 3년새 무려 79.8% 증가했다.
학교 및 학부별로 살펴보면 서울 주요 11개 대학교 자연계열 중 가장 많은 재학생이 빠져나간 곳은 성균관대 공학계열이었다.
이곳 재학생은 작년 공시 기준 161명(19%)이 이탈했다. 그 다음은 연세대 공학계열 재학생의 12.7%에 해당하는 144명이 자퇴했다.
이어 ▲성균관대 자연과학계열 83명(18.9%) ▲고려대 생명공학부 81명(13.7%)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65명(4.6%) ▲중앙대 간호학과 64명(4.6%) 등이 뒤를 이었다.
자연계보다는 중도탈락자 비중이 적지만 인문계 학생 이탈도 꽤 많았다.
고려대 경영학과 40명(1.4%), 연세대 상경계열 21명(6.8%), 연세대 언더우드학부 21명(5.9%),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0명(2.1%) 등이었다.
의학계열 선호 증가, 약대 학부 전환 영향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SKY 인문계 학생 또한 이과로 전향해 의·약학 계열 진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의학계열 전문직 선호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2학년도에 약대가 학부전환한 점도 자연계 학생들의 중도탈락자가 늘어난 데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약대가 학부로 전환되며 의약학계열 대학 전체 정원이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정치권 등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입시업계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임성호 대표는 "의학계열 집중현상이 도드라지고 있고 향후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난다면 대학을 다니면서 중도에 의학계열로 가고자 하는 양상은 현재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학생의 이동이 활발해지면 궁극적으로 대학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상위권 대학의 중도탈락 증가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며 "대학 간 연쇄적인 재학생 이동이 일어나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격차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의대 등록을 포기하는 학생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국 의대 수시 이월 규모는 12명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213명 ▲2020년 162명 ▲2021년 157명 ▲2022년 63명에 이어 또다시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특히 서울권과 수도권 지역 대학은 단 한 명도 이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