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진학을 위한 정시 전형이 고3 재학생이 아닌 N수생과 서울권 학생들의 전유물로 점차 굳어지는 추세다.
최근 4년 간 의대 정시 모집 합격자 중 10명 중 7명이 재수를 비롯해 3수, 4수생이었으며, 합격자 중에는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이 가장 많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지난 2020학년도부터 2023학년도 전국 정시모집 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를 제출받아 조사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교육랩공공장이 분석한 이번 조사에는 수능으로 선발된 최상위 집단의 고3 학생과 N수생의 분포, 지역 분포 및 특성이 최초로 담겼다.
조사 결과, 2020년 이후 4년간 N수생이 정시 합격자의 77.5%를 차지했다. 특히 3수생과 4수생 이상 비율이 35.2%였다.
반면 고3 재학생은 21.3%에 그쳤다. 2022학년도에 3수생과 4수생은 41.6%를 차지해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3학년도에는 29%로 줄었다.
고3 재학생은 코로나 첫해였던 2021학년도 18%로 떨어졌다가 2023학년도에는 26%로 늘었다.
전국 17개 지역별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모든 해에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 합격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3학년도에는 서울은 정시에서 36.3%인 460명이 정시모집으로 의대에 진학했으며 4년 평균 비율은 36.7%였다.
이어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경기 242명(19.1%), 전북 92명(7.3%), 부산 89명(7.0%), 대구 88명(6.9%), 대전 45명(3.6%), 광주 44명(3.5%), 경남 43명(3.4%) 등이었다.
또 충남 41명(3.2%), 울산 34명(2.7%), 전남 16명(1.3%), 경북 16명(1.3%), 인천 13명(1.0%), 충북 12명(0.9%), 제주 9명, 강원 7명, 세종 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이어 전북·대구·울산 등 자사고 보유 도시 차지···지방학생 6.7%만 진학
주목할 점은 전국에서 서울 지역 고3 재학생은 16.7%에 불과한데 서울에서만 4년 평균 36.7%가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수 대비 약 2.2배가 의대로 향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북(1.7배), 대구(1.68배), 울산(1.17배) 순으로 많았다. 이들 지역은 사교육이 완비된 학군이 있는 대도시와 전국 단위 자사고가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수도권, 서울, 인천,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서 최근 4년 동안 고3 재학생은 6.7%밖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2023학년도 정시에서 인천과 충북에서는 고3 재학생이 한 명도 의대에 합격하지 못했다. 해당 지역에 위치한 의과대학은 모두 다른 지역 학생이 입학했다는 뜻이다.
강득구 의원은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인하여 의학 계열에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의무화됐지만 정시모집에서는 서울 학생들이 더 많이 의대에 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이 과연 공정한지, 대학에 정시 40% 선발 비율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역 격차, 부모 경제력에 의한 격차를 방치하면서 정부가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