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지역병원, 필수의료 적극 수행"
엘병원 조정현·조유나 원장
2024.06.24 05:24 댓글쓰기

무모함에 가까웠다. 감염병 사태 한 복판에서의 개원 결심에 주위는 만류 일색이었다. 더욱이 수도권에 편제돼 있음에도 변변한 종합병원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의료 사각지대’였기에 우려는 더 컸다. 여기에 더해 수익성 면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기치로 내거는 등 병원계 통념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개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수도권 의료 사각지대 진출이 ‘무모한 선택’이 아닌 ‘신의 한 수’였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특히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에서 이들의 혜안(慧眼)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경기도 퇴계원에 위치한 엘병원 조정현·조유나 원장의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위기를 기회로…감염병 사태서 존재감 각인

다학제 진료‧원스톱 서비스 제공으로 환자와 보호자들 신뢰감 확보


엘병원은 지난 2021년 3월 ‘경기도 동북부 지역거점 병원’을 기치로 첫 진료를 시작했다. 당시는 사상초유의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기존 병원들도 경영난을 호소하던 상황에서 신생 병원의 필수의료를 지향점 삼은 개원은 주변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천우신조(天佑神助)였을까. 우려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엘병원은 코로나19 환자 기피 일색이던 여느 병원들과 달리 과감하게 감염병 환자 치료에 나섰다.


신축 병원인 만큼 음압시설, 무균시설 등을 갖추고 있었고, 조정현·조유나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보건위기 상황에서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역민들 사이에도 엘병원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각인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든든하게 지역민 건강을 지켜줬던 고마움에 병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엘병원은 연착륙할 수 있었다.


조정현 원장은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악재였던 감염병 사태가 가장 큰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며 코로나19와 함께 성장한 지난 3년을 술회했다.


엘병원이 단기간에 경기도 동북부 지역거점병원으로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감염병 사태에서 보여준 기지와 열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 병원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다학제 진료에 내원시 검사, 수술, 입원이 동시에 이뤄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환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 시킨 결과였다.


실제 4개 진료과 12명의 전문의로 시작한 엘병원은 현재 17개 진료과 30명의 전문의가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1년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엘병원 지향점의 방증이다.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인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것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수행에 대한 의지의 발로다.


조유나 원장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지역의료 수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경기 동북부에서는 더더욱 절실하기 때문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의료진 영입…안정된 진료체계 구축

지자체와 긴밀하게 호흡하면서 '보건사업 파트너' 역할 수행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보는 지역병원들의 가장 큰 고민이지만 엘병원은 예외다. 의료진이 의료진을 영입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작동중이다.


더욱이 상호 신뢰가 기반을 이루고 있는 만큼 협진이나 의사결정에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안정된 진료체계가 발현하는 효과는 환자들의 만족도 향상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개원 3년 만에 지역거점병원 입지를 다진 엘병원은 진료를 넘어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서도 각종 만성질환, 치매 관리 및 교육 등 보건의료 사업 파트너로 가장 먼저 엘병원을 찾을 만큼 지역에서의 신뢰가 두텁다.


뿐만 아니라 지역 요양시설 입소자 건강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촉탁의를 지원하는 등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에 이르는 전영역에서 거점병원으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엘병원도 고충은 있다. ‘경기도 동북부 지역거점병원’이라는 사명감으로 필수의료를 수행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정현 원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응급실 삭감’을 지목했다. 


그는 “응급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 상당수가 삭감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을 때마다 먹먹해진다”며 “필수의료를 하고 싶어도 하지 말라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필수의료 수행을 위한 인건비나 운영비 보전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더 주지는 못할망정 잦은 진료비 삭감은 필수의료에 대한 의지를 꺾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활성화를 얘기하지만 정작 현장의 체감도는 낮다”며 “적어도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병원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제도적 환경이 결코 녹록하지는 않지만 엘병원은 지역거점병원을 향한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종합병원으로의 승격도 맥(脈)을 같이 한다.


조정현 원장은 “섣부른 몸집 불리기 보다는 튼튼하게 내실을 다지면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역민이 신뢰하는 경기도 동북부 거점병원의 발전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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