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창립, 보건의료 현안 논의 장(場) 마련 목표"
김재규 대한근거기반의학회장(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2024.07.29 07:52 댓글쓰기

근거기반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나며 임상진료지침, 체계적문헌고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근거기반의학과 관련된 학술단체가 없어서 국내의 다양한 근거기반 활동들의 이론적 배경 제공과 결과물의 공유라는 학문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근거가 생성되고 확산하고 있으나 적용 가능성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판단하려는 노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이런 배경하에 금년 2월 1일 창립됐다.


기틀 마련한 국내 근거기반의학, 새로운 도약 기대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근거기반의학 보급과 활용을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근거 생성 및 체계적인 처리, 비판적 평가, 과학적 사고를 통한 근거기반 의사결정의 활성화 및 전문성 개발에 관한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국민 보건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된 근거의 타당성과 이해상충에 대한 비판적 감시 등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7월 12~13일에는 '근거기반의학 30년, 발자취와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창립학술대회가 이틀간 개최됐다. 


근거기반의학 시작은 명확치 않지만, 용어 사용을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30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미약하나마 대한근거기반의학회 창립을 이뤄냈다는 기쁨과 반성을 가진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미 임상진료지침, 체계적문헌고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기조 발표에서 언급됐듯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근거 부족으로, 혹은 근거를 찾는 우리 노력 부족으로, 너무도 많은 근거가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지식에 대한 적절한 선별 능력 부족으로 의학에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충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근거들이 생성되고 무분별하게 확산해 사용되고 있으나 이런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기존 지식과 구분해 판단하는 방법 아직 정립되지 않은 문제점 역시 고민할 부분이다.


의대 증원, 절차 타당성 미흡…근거에 대한 이해 부족‧공론화할 학술단체 부재


2024년 정부에서 의료개혁이라는 목표하에 2000여명의 의대증원 발표 후 의대생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의료인들의 의료현장과 교육현장 이탈이라는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기피, 특정 진료과 집중, 가파른 의료비 상승, 지역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 등의 기존 문제점을 해결코자 하는 정부 의지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하지만 재정투입 계획과 명확한 로드맵, 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관련 이해당사자들 협의 등 절차상 타당성이 제시되지 않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국민 보건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할 근거 타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이를 공론화할 학술단체가 존재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중요 의사결정에 타당한 근거와 전문가의 통합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근거기반의학회의 창립과 학술대회 개최는 이런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의료의 문제들은 근거만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사회의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이를 수용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의료서비스는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창립학술대회가 여러 문제에 대해 객관적 판단 및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타당한 접근, 이득과 위해(危害)에 대한 균형잡힌 평가, 다양한 이해상충 문제의 현실적인 통합,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과 개인 형평성의 문제, 의료서비스 대상이며 궁극적인 목표인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에 대한 충분한 고려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창립학술대회는 우리가 답해야 할 많은 질문에 충분한 대답을 주지는 못했다. 아직 국내 의료계는 이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함께 소통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숙함이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많은 문제를 공개하고 함께 논의할 자리를 만들어 여러 의견과 생각을 모아 소통 가능한 의료현장을 만드는 것이 대한근거기반의학회 창립 의지이며 목표다.


우리 학회는 근거기반의학이 보건의료 현장에서 적용되고 확산되게 할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근거기반의학 역할을 논의하고 발전해 나가도록, 세대와 세대를 이어 근거기반의학이 연구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이득과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도록 독립적인, 그리고 비평적 시각을 가진 학술단체로서 거듭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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