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민낯 드러난 '한국 공공의료'
정의화 국회의장 '급성유행성전염병 환자 수용 등 차후 완벽 대비체계 갖춰야'
2015.06.08 20:00 댓글쓰기

“공공의료기관이 왜 필요한지 이번 사태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만큼, 공공의료기관이 이 같은 급성유행성전염병 환자를 초기에 전원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신속한 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해서 유사한 상황에 완벽히 대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긴급 현안보고에서 한 말이다.


메르스 사태로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감염병 대응을 민간의료기관이 맡는 것은 한계에 있다는 ‘경험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정부가 지난 7일 공개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 24곳에 포함된 의료기관들은 환자 수 감소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위험 불구 환자 진료한 의료기관이 괴담 등 더 피해"


특히, 개원가는 존폐 기로에 있다. 윤창옥 내과원장은 SNS를 통해 "정부가 메르스 환자 확진 병원과 경유 병원에 본 의원이 포함돼 있다"며 "전염병 확산을 위한 노력의 대가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인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내원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방문 사실 확인 후 진료를 중단하고 격리실로 이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의심환자와 2m 이내로 접촉한 환자가 없었음에도 '메르스 병원'이 됐고 본인은 자가 격리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에 반드시 이번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주변에 이렇게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의원을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역시 국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민간병원으로 감염병을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환자 한 명을 보고 해당 의원이 망해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의사와 병원이 희생을 치르고 있다. 민간병원은 이 같은 짐을 질 수 없다. 공공병원을 지어 감염병 대비 훈련을 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도 장비 등 부족


현재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민낯은 지난 5일 정부로부터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에서 엿볼 수 있다.


NMC는 이미 지난 5월 20일부터 메르스 첫 확진 환자를 비롯해 일부 메르스 확진 환자들을 기압을 낮춰 병균의 외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해 왔다. 최근에는 첫 퇴원환자를 배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를 안전하게 진료한 의료기관이다.


또한 에볼라 대응 의료진 제1진 팀장으로 서아프리카에 다녀온 신형식 감염병센터장을 필두로 그간 에이즈, 결핵 환자 등을 돌본 감염병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의료진이 포진해 있는 몇 안 되는 의료기관이다.


그럼에도 NMC를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것만으로 메르스를 진화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NMC는 음압병상 5인실 3개, 1인실 3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5인실에는 1명밖에 입원할 수 없어 최대 6명을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더불어 1인실 1곳은 의료진 진료에 필요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 수용할 수 있는 실인원은 5명이다.


10일부터 중앙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하는 NMC는 준음압병상 50여 개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지만, 최대 수용 인원은 60명 정도다. 무엇보다 준음압병상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정부는 국가지정 관리병원 17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음압병상은 104개에 불과하다. NMC 사례에 비춰 실수용 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기준으로 95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2508명이 격리돼 있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이를 추가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음압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복지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겠지만, ‘메르스 명단’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음압병상을 운영하려면 전기료만 1년에 수천만 원이 들어 수익성이 상당히 낮다"며 "필수적이지만 수익성이 낮은 병실을 마련하기란 민간병원 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민간 의료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공의료기관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공공병원 적다보니 격리병상 절대 부족 초래" 공감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공공의료체계의 중요성을 여야가 공히 인식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이 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한 4+4 회동’에서 도출한 합의문의 마지막 조항의 일부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키운 것은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병상(2011년 기준) 중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율이 77%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이에 여야는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한 4+4 회담 합의문에서 ‘(가칭)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종 감염병 환자 진료 등을 위한 공공병원 설립, 2016년도 예산에 반드시 반영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 200병상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유사시에는 환자 진료를, 평상시에는 감염병 연구병원으로 자리한다.


또한 환자격리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10개 지방의료원의 규모를 400병상으로 확대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현재 2508명이 격리돼 있지만 무려 2350명이 자가 격리 대상자다. 격리 대상자들이 시설격리를 꺼리기도 하지만, 정부도 격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연수시설 등과 연계해 긴급 상황 시 환자 격리시설로 사용하는 시스템과 감염 관련 의료인 관리 방안도 고심 중이다.


각론은 다를 수 있지만 새누리당 역시 4+4 회담 합의문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고는 있는데 실제수용이 가능한 병상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즉각 격리를 해야 하는 경우나 고위험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민간 기관과 협의해야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격리병상을 보유하고 위기발생시 즉각 환자들을 신속하게 이송, 치료, 관리하는 공공감염 전문병원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6월 국회에서 합의 사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 할 수 있도록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전문병원 설립 등 필요한 예산도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천명했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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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부 06.10 11:36
    맨날  사고나면  땜방만하고 ,  지나가면  잊어버리고....  국민들은  불안하고...
  • 노의사 06.10 06:03
    무슨 사건만 터지만 임시방편으로 땜방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정말로 타깃한 정책이 필요하다. 사실 병원에서 수익률도 낮은데 감염과 관련되서 투자하기는 쉽지 않고 목소리 내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이런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병원들 이익 낸다고 잡을게 아니라 이런데 투자하도록 더 벌게 해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못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되지 않을까 두렵다.
  • 06.09 16:10
    사스 신종플루  다 격고도 ..    우왕좌왕          이번에라도  좀 체계를 갖추자 ..  일부러    우왕좌왕 하는 척하는거 아니라면
  • 국민 06.09 15:34
    복지부가 보건의료에 대해서 지금까지 무슨 정책이 있었나?<br />

    병상, 인력, 장비 아무 것도 관리 안하고...<br />

    오직 수가만 잡으려고 하고... <br />

    무대책이 상책인 복지부는 이번에 절실히 느끼길 바람
  • 거꾸로 06.09 13:24
    보건복지부에서 십원한장도 손해 안볼라고 하니까 그런거다.<br />

    보건은 넉넉하게, 복지는 까다롭게 해줘야 하는건데 거꾸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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