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코로나19 감염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이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언론 보도와 부족한 지식으로 불안감이 높게 형성돼있고, 대구·경북지역에서의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인해 효능적 관점이 아닌 비관에 빠지게 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이 주최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과 한국 사회의 위기소통’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 국민위험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월 첫째주, 둘째주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상은 지역별, 성별, 연령별, 학력별로 고루 분포되도록 비례 할당 추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 ‘아무런 변화 없음’이라고 응답한 국민은 첫째주 10.2%, 둘째주 15.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에 대한 감정으로는 불안이 60.4%로 압도적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보다는 감염됐을 시 건강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거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훨씬 높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12.7%인 반면, 건강에의 피해 등 감염 심각성이 아주 높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74%에 이르렀다.
메르스보다 코로나19가 더욱 치명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국민도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치명력은 메르스보다 더 클 것이다’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49.3%였으며, 메르스보다 사회에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데 동의한 응답자도 59.2%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메르스에 비해 치사율이나 중증도 등 치명력이 높지 않다고 밝혀진 의학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로, 국민 인식이 과민하게 형성됐다는 것이 유명순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반인과 전문가의 위험인식을 비교했을 때 감염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을 뜻하는 감염 심각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문가에서 훨씬 낮았다.
일반 국민 74%가 감염 심각성이 높다고 답한 반면, 병원직원들 중 50.1%만이 감염 피해 가능성을 높게 인식했다.
결국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적절한 불안감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다수 국민들은 언론의 과도한 보도에 노출됐다는 것이 유 교수의 분석이다.
최근 1주일 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와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본 국민은 50%였다.
정보를 직접 찾아 봤다는 응답자 75.35%가 감염 심각성을 높게 인식했으며, 정보를 직접 찾아보지 않은 자들 중 감염 심각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65.71%로 보다 적었다.
이와 같이 다수 국민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반면, 실제로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이해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용어가 포함된 정보에 대해 66% 국민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의사결정시 코로나19 관련 통계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50.7%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역학, 임상, 기타 전문 용어를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특히 방역 관련 용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선별진료소가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이 45.2%였으며 능동감시의 경우 41.1%, 경계단계는 38.4%가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향후 대책으로 유명순 교수는 “정부는 국민들 공포와 두려움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그 후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생각하는 효능감 있는 방향으로 국민 정서를 이끄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위험 인식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심리방역팀, 위기소통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모른다, 안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현실의 불확실한 요소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냥 결과를 약속하거나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