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당직전문의 의무 배치 시행이 임박해지면서 병원계의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응급실 진료체계 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달 전담의 배치를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 개정안에는 응급실 근무의사가 요청할 경우 당직전문의가 직접 응급환자를 진료해야 하며 이를 어길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명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7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오는 8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법 시행이 가까워지면서 병원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당직전문의 인건비 부담을 비롯해 병원들 입장에서 불합리한 조항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병원들은 ‘당직’ 개념의 모호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행 법률 및 관련 규정에는 당직전문의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고 있는 상태.
즉 당직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는 인력인지, 비상호출을 통해 진료가 가능한 인력인지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복지부는 ‘당직=상주’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병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조건적 당직 개념이 아닌 비상호출체계를 포함한 비상진료가 가능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응급의료기관들이 비상호출체계 형태로 당직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 무조건 응급실에 상주토록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응급의료기관 유형별 당직전문의 필수 운영과목 역시 병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을 △권역 및 전문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필수 진료과목을 명시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권역 및 전문응급의료센터에 기존 8개 진료과 외에 신경과와 영상의학과를 추가하고, 6개 진료과로 운영되던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신경외과를 포함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사 인력난을 감안할 때 ‘갑작스런 진료과 확대는 무리’라는 주장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럼에도 병원계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의 산부인과 당직전문의 의무 배치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분만 실적이 극히 미미한 병원이 적잖은 만큼 산부인과 당직전문의는 상시 분만이 있는 경우에 한정,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규모가 작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응급실 전담의사 이외에 2개(내과 및 외과계열) 이상 진료과 전문의 운영 필요가 없는 만큼 1인으로의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3년차 이상 레지던트 당직일수 제한 조항도 병원들에게 불만이다.
개정안에서는 당직전문의 제도 시행에 따른 레지던트 업무 과중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연간 당직 일수 1/3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일선 병원들은 ‘전문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의료현실을 도외시하는 처사’라며 현행 상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이 부분은 대한전공의협의회나 전국의사총연합 등 젊은의사들이 레지던트의 과도한 당직문제를 제기한 바 있어 병원들로서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입법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의료현실도 감안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의사 인력과 관한 문제는 병원들에게 가장 큰 고충”이라고 토로했다.
병원계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개선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