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의료계는 ‘수술거부’ 카드를 꺼내 들었고, 복지부는 직무유기를 논하며 ‘의사협회 집행부 사퇴’라는 쓴소리로 응수했다. 아무리 흔들어도 정책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이란 의지다.
청와대에 이어 국무총리도 예정대로 포괄수가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확인시켰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확고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상황이라면 내달 1일 의원 및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의무시행을 막을 길은 없어 보인다. 이미 법제화 작업도 완료된 상태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를 위시한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포괄수가 관련 진료과 개원의사들이 ‘수술거부’까지 선언하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헌데 대표성을 갖는 이들 단체와 일선 의료기관들의 엇박자 행보가 이채롭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의사들이 ‘수술거부’에 나서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의료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각 진료과 개원의 단체들의 수술거부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포괄수가제 설명회는 연일 만석 사례를 기록중이다.
지난 11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마리아홀에서 개최된 첫 설명회는 800석 행사장이 모두 채워졌고, 이틀 후인 13일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행사 역시 문전성시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새롭게 적용되는 포괄수가의 이해하고 대비책을 찾는데 주력했다. 이들에게 ‘수술거부’는 딴나라 얘기였다. 7개 질병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전문병원들도 ‘수술거부’를 거부했다.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은 잘못됐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결국 ‘수술거부’가 모든 의사들의 뜻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 85%, 병원 43%가 포괄수가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의협의 결정대로 ‘수술거부’에 돌입할 경우 유명무실한 단체행동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의협이 당초 ‘무조건적 수술거부’에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조건부 수술거부’로 방침을 선회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D-12. ‘수술거부’는 차치하고라도 오는 7월 1일 일선 의료현장에 ‘결사반대’를 외치던 의협의 목소리가 얼마나 투영돼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