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접촉병원으로 지목된 의료기관들이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터넷에는 ‘메르스 접촉병원 리스트’란 이름으로 7~10개 병원들의 실명이 나온 문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리스트에 오른 병원들은 현재 휴진에 들어간 곳을 비롯해 내원환자 수 감소, 수술예약 취소 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A 병원의 경우 내원 환자가 20~30% 감소했으며 병원에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해 있는지를 묻는 문의로 업무마비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전 국민이 하루에도 1~2건씩 우리병원이 메르스 병원이라며 내원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접하고 있다”며 “감염 환자 확진 직후 국가 지정 격리병원에 이송하고 접촉 의료진들을 격리시키는 등 제대로 대응했음에도 위험한 병원으로 낙인찍혀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확산 이전에 예정돼 있던 수술건수가 줄어든 병원도 있다.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역 인근에 위치한 B 병원의 경우 지자체가 주민들의 불안감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내원환자 수는 물론 수술 취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B 병원 관계자는 “의심 환자가 내원했을 당시 환자안전을 위해 응급실을 폐쇄하고 근무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을 15시간 격리했다”며 “최종적으로 의심환자는 음성판정을 받아 메르스 접촉 병원이 아님에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소문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어 억울하다”고 전했다.
인터넷에 접촉병원 리스트로 지목된 C 병원 관계자는 “어제부터 갑자기 외래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느냐’, ‘병원에 가도 괜찮은 것이냐’ 등의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 리스트에 언급된 병원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에 적극 해명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현재 병원으로서는 할 수 있는 대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병원들이 이렇게 매도되면 앞으로 어떤 병원이 전염병 환자를 돌보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속앓이 끝에 병원계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병원과 B 병원의 경우 현재 해당병원에 가면 안 된다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 병원 관계자는 “현재 변호사를 통해 대응 방침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잇다”며 “사실관계 확인 없이 소문을 유포한 사람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B 병원 관계자 역시 “마치 우리병원이 메르스 발생병원인 것처럼 병원 내부에 게시글을 작성해 손실을 끼친 강원 소재 대학병원에 법적인 대응을 할 방침”이라며 “이 게시물은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우리 병원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비판했다.
“오해·억측 등 근거없는 소문만 확산돼 차라리 병원 이름 공개해서 차단”
일부 병원에서는 차라리 병원 이름을 공개해 근거 없이 퍼지고 있는 소문을 차단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이나 오해를 막기 위해 메르스 발생 지역 및 환자가 머문 병원들의 정보를 비공개 원칙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2일 의료진에게만 이를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D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초기 메르스 환자가 접촉한 병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근거 없는 소문을 확대시킨 것 같다”며 “차라리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과 거쳐 간 병원 등을 공개하는 편이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
실제 ‘여의도 A 병원에 가지마세요’라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메르스 접촉병원으로 지목된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홈페이지에 ‘메르스 환자 발생 관련 병원 입장’이라는 공고를 게재했다.
병원 관계자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병원이 직접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을 밝혔겠느냐”며 “대학병원으로서 환자 진료의무를 다했고 이후 감염관리 대응도 제대로 했다는 것조차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