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發’ 의료기관의 경영 위기론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병원들의 경영상 타격이 눈덩이같이 커지면서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한 달여를 넘겨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 메르스 사태에 동네병원, 중소병원은 물론 대학병원 역시 속속 경영 위기에 내몰리며 애를 태우고 있다.
현 의료수가 체제 하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환자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뾰족한 출구가 없는데다 비상사태가 발생한 지금으로서는 의료진을 위한 방호복 등 보호장구와 물품 등 비치해야 할 품목은 대폭 늘었다.
급기야 서울 소재 A대학병원을 둘러싸고 임금 삭감 의혹이 불거지는가 하면 경기 일산 B대학병원에서는 무급 휴가 사용 권고 등 초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임금 삭감 의혹이 일자 해당병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상태지만 확연히 줄어든 환자와 ‘반토막’ 이상의 수술 감소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계 전체적으로 비상경영 체제 돌입 분위기
우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병원 종사자들이 임금까지 깎이는 불이익까지 감수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부산 C대학병원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진료비 수입 등 당장 경영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나 여기서 이 같은 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진은 물론 병원 전 직원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위험 노출을 감수하고 노력한 대가가 급여 삭감이라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충남 D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현 상황을 토로하며 “1일 3억~4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는 새 병원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임금 삭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실분에 대해 정부가 피해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추후 세제 혜택 등 다른 측면에서도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E대학병원 관계자는 “다행히 재정이 휘청일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성과급을 주긴 커녕 임금 삭감이 이뤄진다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극단적 방법으로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들을 위해 최일선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병의원이 그저 불쌍할 뿐”이라고 분개했다.
추진 사업 지연·보류 가능성 제기…"신중에 또 신중"
하지만 당장 병원들은 다른 출구를 선택할 여지 또한 많지 않다. 다각화될 수 없는 병원 수익구조에 따라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과 이와 관련한 업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병원 시설 및 서비스사업에도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실제로 서울 F대학병원은 이달 초 공고했던 일부 용역 사업에 대해 돌연 무기한 연기를 표명하고 관련 사업 진행을 잠정 중단했다. 더욱이 향후 진단 장비 및 의료기기 입찰 계약 및 대금 지급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업체 선정을 연기한 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추진 중인 사업이나 용역 대금지급 등에 있어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입찰 내역 및 제시액 평가를 비롯해 내부 장비 신청 등도 이전보다 신중히 검토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신규 인력을 충원 중인 한 병원은 현재 서류접수까지 마친 상태이지만 채용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병원 서비스 향상 등을 목표로 인력을 늘려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향후 사업 진행의 속도를 판가름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채용 절차는 무리없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와 같이 환자 수가 급감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력 운영이 본래 계획대로 운영될 수 있을 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 ‘다음 달에 월급이나 제대로 나오겠어?’ 라는 말이 오갈만큼 어수선한 분위기”라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평소보다 절반 가까이 준 현실을 체감하고 있는 만큼 경영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올지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