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찬성' - 의료자법인 설립 - 의협 '반대'
의료계 양대 단체 엇갈리는 입장
2014.04.15 12:00 댓글쓰기

[기획 2]거세게 불고 있는 의료민영화 논란. 박근혜 정부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의료산업화를 앞세운 자법인 설립이라는 새로운 추진 카드를 빼들었다.


‘자법인 설립’은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숙박, 화장품, 온천과 같은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며 약사들은 회사를 만들어 대형약국 운영이 가능하다. 자법인 설립안을 두고 대한병원협회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자회사 수익사업 허용은 의료민영화 전단계라고 주장, 강력히 반발하면서 총파업을 결의해 지난 3월 10일 첫 번째 진료거부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각 직역 특히, 개원가와 병원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의료 자법인 허용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과 함께 촉발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간 갈등의 골이 예상보다 심각할 정도로 깊어졌다.


'의료 민영화' 논란이 가열되나 싶더니 이윽고 지난 3월 10일 의료 민영화 반대와 잘못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의사 집단파업으로 점화됐다.


정부가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그 발단인데 서비스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숙박, 화장품, 온천과 같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의협을 비롯한 여러 직역에서는 ‘의료민영화’ 사전 단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병원계는 반색했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 중 의료분야 규제완화 관련 내용은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허용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 ▲법인약국 허용 ▲신의료기술 평가 간소화 ▲신약 건강보험 등재 소요기간 단축 ▲해외환자 유치 촉진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자격제도 개선 등이다.


이중 ‘자회사 설립 허용’이 가장 뜨거운 감자다. 그동안 의료법인이 진료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은 의료법 시행규칙상 산후조리원, 장례식장, 주차장, 구내식당·매점 등 8개 분야만 가능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 20조(의료인의 사명)는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의료업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고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의료법인이 돈벌이를 추구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의료의 공공성이 퇴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정부는 이번에 이런 규제를 풀겠다는 것인데 의료법인이 직접 진료활동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계속 금지하되,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자법인 허용에 대해 “경영난에 처한 의료법인의 숨통을 틔워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협 “자법인 허용 의료민영화 아니다” 환영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의료민영화 및 영리병원과 관계가 없다”며 정부 정책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병원협회 나춘균 대변인은 “정부의 지속적인 급여 확대 및 수가 인하 정책으로 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며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은 규제를 완화해 병원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고 병원수출 및 해외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자회사에서 얻어진 수익금은 의료법인에 재투자돼 오직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목적으로만 사용된다”며 “이 같은 본질을 떠나 이슈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이 결코 의료민영화나 영리병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를 폐지하지 않는 한 의료 민영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병협 김윤수 회장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나 의사들은 공공성 강화에 대해 점진적 시행이나 의료 민영화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료는 공공성이 강한 직역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법인이 의료시설 및 장비를 공급하고 운영해도 수가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때문에 자법인 허용과 의료민영화는 같은 그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협 “자법인 허용은 의료민영화 전초”


하지만 의협은 병협과 입장을 달리한다. 의협은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난했다.


노환규 회장은 “영리 자법인 허용은 원칙을 무시하고 편법을 확대하는 정책”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올바른 건강보험제도는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통해 적정 이윤을 얻는 구조가 돼야 하지만 현재의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는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원가의 75%밖에 안 되는 보험수가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의사들은 각종 비급여 항목을 통해 환자에게 추가부담을 지워야만 병원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정부가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를 그대로 방치한 채, 오히려 병원에게 편법적인 수익창출을 확대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병협 입장에 대해서는 “병원계가 정부 발표에 찬성한 것은 원칙은 무시했지만 편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서 찬성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의협과 병협의 시각차는 컸다. 급기야 지난 2월 18일 정부와 의협이 투자활성화 대책의 필요성을 공감한 의료발전협의회의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병협은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한 의료발전협의회 결과에 대해 국민건강증진과 의료기관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논의였다”고 평가한 반면, 의협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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