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신경계질환 동반 우울증 'SSRI 60일 처방' 갈등 재점화
신경과-정신과, 29일 국회 토론회서 기존 입장차 재확인
2016.08.30 05:45 댓글쓰기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처방권을 둘러싸고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대립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사진]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대 신경계 질환(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환자들에게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토론회’에서 비정신과에서의 SSRI 60일 처방 제한이라는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의 신경계 질환에서 우울증 빈도가 높은데 비정신과에서 SSRI를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는 급여기준 때문에 제대로 된 우울증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신경계 질환에서 우울증은 흔히 동반되는 전형적 증상 중 하나다. 이런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기존 신경계질환이 악화될 수 있고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신경계 질환, 특히 뇌전증 환자나 노인들은 작은 약물 부작용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SSRI는 신경계질환 우울증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SSRI의 처방 제한 급여기준은 약값이 50~75% 감소해 그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 임상적이나 학문적으로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울증 빈도가 높은 4대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는 암환자와 같이 SSRI의 60일 처방 제한에서 예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심각한 우울증까지 비전문의 진료는 문제"
 

이러한 신경과 측 주장과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과 학계는 SSRI의 비정신과 60일 처방 제한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신경정신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사진]는 “우울증이 있어 인지행동 치료를 하고 항우울제 치료를 하는 것은 정신과 전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과거 신경정신의학은 이제 신경과와 정신과로 나뉘어졌다. 신경과는 감각을 전문적으로 본다면 정신과는 정서와 생각, 무의식 등을 전문으로 보는 과다. 타과에서 가벼운 우울증을 볼 수는 있지만 심각한 우울증까지 진료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경계질환 환자가 정신과 치료를 거부해 비정신과에서 60일 이상 SSRI를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주장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높이는 측면이 있고, 심리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약물치료는 환자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 이사는 “타과 의사에 심리사회적 치료는 고려되지도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치료법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SSRI 60일 처방 이후에도 환자 상태가 호전됐는지 평가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환자의 우울증상이 2개월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아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할 때 그 때부터라도 정신과에 의뢰를 한다면 환자를 위해 다행이다. 60일 제한을 없앤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명약관화”라고 말했다.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상열 교수도 “우울증 치료와 예방은 전문가에 의해야 한다. 전체보다는 고위험도 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경도 우울증에 단순하게 항우울제 치료만 투여하는 것은 배제돼야 하며 정신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현재 SSRI 급여기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학계·해외·국회 "비정신과 60일 처방 제한 문제" 지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도 비정신과의 SSRI의 처방권 제한이 헌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SSRI 항우울제 처방의 권한이 정신과와 비정신과에서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차별취급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60일 처방 제한 규정이 오히려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헌법에 배치되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60일 처방제한은 안전한 SSRI 항우울제에만 해당하며 TCA 항우울제나 조울증약 등의 약제는 60일 이상 처방해도 문제없는 것은 이러한 급여기준이 의학적 배경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신과 처방이라는 절차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러한 요양급여 기준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Aichi Medical university의 코우스케 가네모토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이 일반 환자의 우울증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우스케 가네모토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경우 뇌전증약으로 우울증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뇌전증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진료한 뒤 정신과랑 협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뇌전증 환자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신경과뿐만 아니라 SSRI를 가정의학과, 내과에서 연수강좌를 통해 교육을 받는다면 심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에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처음에 딱지가 붙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은 국정감사에서라도 다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과와 정신과 측 주장에 대해 정부는 "조만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험약제과장은 “그동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의견 수렴이 덜 이뤄졌다는 데 있다. 오늘 토론회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었다”며 “지난해 말 복지부에서 관련 학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9월 중에는 간담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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