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 59% '오진·플랫폼 종속 등 원격의료 부정적'
전화상담 후 처방전 발행 10% 불과, 64% '향후 추이 보며 참여 결정'
2021.12.06 05: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 유행으로 만성질환을 위주로 전화상담 등 원격의료가 한시 허용되고 있는 가운데, 원격의료 당사자 격인 내과의사의 약 60%가 원격의료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오진 위험·플랫폼 종속·대형병원 환자 쏠림 심화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법적책임 소재·1차 의료기관 한정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12월 5일 오전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조사를 공개했다.  
 
간담회에는 박근태 회장·이정용 부회장·곽경근 총무이사·송민섭 공보이사·조현호 의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 10월에 1주일 간 진행됐으며, 11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응답자 중 약 85%가 1차 의료기관에 종사하며, 원격의료에 대해 응답자의 27%가 ‘조금 부정적’, 32%가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현재 한시 허용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는 57% 등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양상에 비해 실제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비율이 적지는 않았다. 
 
이는 응답자들마다 원격의료 개념을 달리 생각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생각하는 원격의료 개념은 ▲재진환자에만 화상·메신저·전화 이용 진료 47% ▲초·재진 여부와 무관하게 화상·메신저·전화 이용 진료 및 처방전 발행 23% ▲처방전 발행 없이 재진 환자에만 화상·메신저·전화 이용 12% ▲원격지 의사와 의사 간 진료행위 11% 등으로 조사됐다. 
 
전화상담 후 처방전까지 발행하는 비율은 ‘10% 이하’가 57%로 가장 높았다. 원격의료에 참여하는 의사들 대부분이 전화상담만 하고 처방전 발행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박근태 회장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전화상담을 하고 있지만 처방전까지 발행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며 “회원들이 상담만 열심히 하고 약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격의료 실시 1차의료기관으로 한정하고 법적 책임 소재 명확히 필요"  
 
내과의사들은 원격의료 시 충분한 진찰을 하지 못해 오진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특히 우려했다. 
 
원격의료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복수응답 결과 ▲오진 가능성 83% ▲원격의료 플랫폼에 개인의원들이 종속될 것 50% ▲대형병원 환자 쏠림 48% ▲의료정보 유출·해킹 27% ▲의료영리화 가속 25%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전화상담을 하고 있는 경우 일일 진료환자 중 전화상담 환자의 비율은 ‘5% 이하’가 87%로 가장 많았는데, 실제 진료현장에서 원격의료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 국회서 원격의료 관련 법안 상정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향후 원격의료가 한시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합법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원격의료 관련 입법이 현실화된다면 참여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향후 추이를 보며 참여 여부 결정 64% ▲대면진료만 유지 25% ▲적극 참여 9% 등으로 나타났다. 
 
‘본인 참여 여부와 관계 없이 향후 한국에서 원격의료가 정착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제시됐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원격의료는 필연적으로 정착될 것 42% ▲격오지·교도소 등 특수상황에만 선별적으로 시행될 것 29% ▲국토가 좁고 의료기관이 밀집한 한국 특성상 원격의료는 성공할 수 없을 것 28% 등이었다. 
 
원격의료를 피할 수 없다면 세워야 할 원칙 등 보완할 점이 산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태 회장은 “회원들의 뜻을 따라가겠지만 원격의료는 궁극적으로 급성기질환을 다룰 수 없다”며 “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 대부분 대상이 될 것이며 1차 의료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의료 플랫폼이 생기면 안 된다. 원격의료에 목매는 것처럼 원격의료만 하는 의원들도 생길 수 있다”며 “대형병원으로까지 확대되면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고 경고했다. 
 
법적 책임소재 문제도 거론됐다. 박 회장은 “전화상담은 하더라도 처방전 발행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따른다”며 “예를 들어 환자가 명치가 아프다고 해서 위장약을 줬더니 맹장염이었을 수도 있다. 전화·화상·메신저 상담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한 “현재 원격의료는 아직 준비단계고 대한의사협회와 발맞춰 나갈 예정이다. 상당한 진통을 거쳐 진행되겠지만 내과의사회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삼는 데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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