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제 시장 요동…패러다임 변화 예고
골수이식→치료약물 탄생→복용 중단 가능성 등 치료법 진화
2013.06.03 20:00 댓글쓰기

[기획 上]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유일한 치료법이었던 ‘골수이식’에서 ‘글리벡’ 등장 이후 약물요법이 주를 이루던 시장이 최근 또 한 번 변혁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 최초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탄생, ‘글리벡’ 복용 중단 임상결과 발표 등이 그 중심에 있다. 특히 이번 복용 중단 임상 결과 발표는 환자들에게 큰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 대비 슈펙트의 저렴한 약가에 대해서도 외신의 반응은 뜨겁다. 그 동안 지나치게 약값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데일리메디는 큰 파동이 일고 있는 백혈병 시장을 현미경 진단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골수 기증자를 찾습니다.”

 

지난 1996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입양교포 성덕 바우만씨에 대해 국내 관심이 뜨거웠다. 그와 맞는 골수 기증자를 찾기 위해 무려 1만명이 넘는 사람이 검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육군병장이었던 서한국씨로부터 골수를 기증받고 그는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그때만 해도 약물 치료제는 없었기 때문에 유일한 치료법은 골수이식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골수 기증자’를 찾는 캠페인은 과거처럼 방송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물론 환자 케이스마다 그 치료법은 다르지만 ‘치료 약물’이 지속적으로 탄생해왔기 때문이다.

 

2001년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치료제 ‘글리벡’은 그야말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들에게 ‘기적의 약물’과 같았다.

 

치료 직후 1년 생존율이 무려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글리벡 출시에 따라 육체적으로 힘든 골수이식은 더 이상 유일한 생존법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약물이든 부작용은 따르기 마련. 글리벡의 내약성, 불내성 등에 따라 수퍼 치료제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슈펙트’ 등이 연달아 탄생했다.

 

‘평생 복용’→‘완치 가능’ 

 

지난 29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인식됐던 글리벡을 중단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약물 완치의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 29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는 이에 대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3년 이상 글리벡 치료를 받고, 초정밀 백혈병 유전자 검사를 통해 2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 유전자반응 환자 48명 중 39명에서 암 유전자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무려 18개월 이상 경과한 후에도 재발되지 않았다.

 

나머지 9명의 환자 역시 다시 글리벡을 투여하자 평균 6개월 내 백혈병 유전자가 모두 사라졌다. 안전하게 글리벡 복용을 멈춰도 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글리벡의 연구결과가 이렇다면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들도 당연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김동욱 교수팀은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슈펙트에 대해서도 같은 연구를 진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번 글리벡 임상과 이들 3개 치료제를 포함, 현재까지 연구된 예비 데이터를 오는 6월 중순 열리는 스웨덴 ‘유럽혈액학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글리벡 출시 이후 약 13년 만에 백혈병 ‘완치’라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형성됐다. 과거 골수 이식 시대에서 이를 본다면 엄청난 지각변동인 셈이다.

 

김동욱 교수는 “그 동안 불필요하게 비싼 약을 계속 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해왔던 것이다. 관련 글리벡 임상 결과, 과잉 치료를 방지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자·제약사 "고무적 결과" 반색

 

특히 이에 대해 환자 당사자가 가장 반색할 수 밖에 없다. 치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혈병 환우회 관계자는 “당연히 좋은 상황이다. 글리벡만 놓고 봤을 때 1년 간 용량에 따라 3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결과에 따라 비용 절감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완치의 희망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제 글리벡을 생산하고 있는 노바티스의 입장은 어떠할까. 회사의 주력 품목이다 보니 향후 매출 타격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회사 측은 환자 입장에서 봤을 때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비록 이번 임상은 전체 환자가 아닌 만성골수성백혈병 유전자 반응이 3년 이상 나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지만, 이에 대해 완치 기대를 제시했기 때문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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