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처벌 등 채찍 위주 정책, 의료법인 발목 잡는다”
세종경영연구소 남상요 소장 “제도 취지 왜곡, 궤도 수정 시급”
2021.12.11 06:1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국내 의료법인들은 감독과 처벌 위주의 정책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구시대 제도에 머무르고 있어 일선 의료법인들이 제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혜원의료재단 세종경영연구소 남상요 소장은 10일 베스트웨스턴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정기총회에서 특강을 통해 국내 의료법인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남상요 소장은 ‘일본 의료법인 병원의 발전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특강에서 우리나라 의료법인 병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이유를 짚었다.
 
당초 의료의 공공성 제고와 지역적 편중 해소를 기치로 의료법인 제도가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왜곡된 형태로 운영되면서 본래 취지에 한참 어긋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법인 제도가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영리병원 제도 돋입, 과세 혜택 형평성, 공공의료 담당 등 수 많은 과제만 양산한 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사무장병원 양산 등으로 비화되고 있다”며 “생존을 걱정하고 살아남기 위해 비급여 등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는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남상요 소장은 의료법인 병원들의 지배구조 패러다임 변화에도 주목했다.
 
최근 노동자 권리와 국민 의식 수준 향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제도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 소장은 “의료법인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아닌 감독과 처벌 위주의 정책은 성장의 장애로 작용했고,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이 경직돼 있고 정책 담당자와 공급자 사이의 신뢰와 소통 구조가 부족하다 보니 의료법인을 둘러싼 문제는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국내 의료법인 발전을 위한 묘책도 제시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전면적인 의료법인 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세부적인 해결책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찾았다. 
 
일본의 경우 의료법인들은 의료와 요양, 복지를 아우르는 의료복지복합체 운영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명 ‘그룹형 병원’을 지향하는 구조다.
 
실제 일본은 대규모 의료법인 육성을 위해 의료법을 개정해 통합의료네트워크 개념의 ‘IHN(Intergrated Healthcare Network)’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병원들의 재투자를 유도하고 이는 곧 의료 질 향상과 나아가 병원산업 발전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일본 의료법인들은 복합체는 물론 다각경영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으며 특별의료법인의 경우 병원과 관련한 여러 수익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남상요 소장은 “우리나라 의료법인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보건, 의료, 복지, 요양을 아우르는 다각화 경영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제도와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 병원과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나 역할을 다르게 접근하는 시각과 시도가 절실하다”며 “의료법인에 대한 정체성 확립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의료법상 우리나라 의료법인들은 사업범위 등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인수, 합병 등도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실제 사업범위의 경우 학교법인은 법인 내 수익 충당을 위한 사업의 제약이 없지만 의료법인은 가능한 부대사업을 제한하고 있어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세제 분야 역시 학교법인은 취득세, 재산세 등 여러 부분에서 면세 혜택이 주어지지만 의료법인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퇴출구조 부재’도 불만을 키우고 있다. 학교법인의 경우 교육부장관 인가를 받으면 파산절차를 거치치 않고서도 자발적 퇴출이 가능하지만 의료법인은 적법한 퇴출구조가 없다.
 
의료법인의 경우 주무관청 설립허가 취소 또는 법원 파산절차 외에는 해산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음성적 경영권 거래과정에서 사기, 탈세 문제도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 이성규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계 의료법인 합병이나 합법적 퇴출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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