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원격의료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선배의사들은 물론 약사들까지 원격의료 플랫폼 회사를 운영 중인 의대생 대표를 고발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플랫폼이 난립하면서 과당경쟁이 심화되고, 최근에는 전문의약품을 환자에게 선택토록 하는 등 위법 소지가 다분하는 이유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고, 서울시약사회도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관련 내용 회부를 예고했다.
이들이 지목한 '닥터나우'는 의대생이 창업한 회사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장지호 대표가 2019년 창업에 뛰어들면서 설립됐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만족시키는 비대면 진료를 기치로 '닥터나우'라는 앱을 선보였다.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 증상을 선택하면 전화로 진료 받을 수 있고, 진료 후에는 모바일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한시적인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주목 받았고, 최근 그 입지가 점점 확대되면서 의료계와 약계의 반감을 샀다. 유관단체들의 이번 행보도 맥을 같이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의사 진료를 받지 않고 원하는 전문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뒤 제휴 의료기관에서 기계적인 처방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비스 내용 중 ‘BEST 약품’ 항목을 만들어 인기약 혹은 리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닥터나우를 고발했다.
그 근거로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된 의료법과 전문약 광고 규정이 담긴 약사법을 제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코로나19로 시작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특례 조치도 이제 철회를 검토해야 할 때”라며 “최근 정상적인 진료환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진료를 일반 의료체계 내에서 검사·처방·진료까지 통합 제공하겠다는 정부 발표도 있었던 만큼 비대면 진료 필요성 또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이후 난립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과당경쟁과 이로 인한 폐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의사회는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플랫폼 업체들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행태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왜곡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대면 진료의 근본적 한계로 발생하는 기술적, 윤리적 문제 역시 재논의 돼야 한다”라며 “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철회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약사들도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고발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약사회는 플랫폼 업체의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특정 전문약 표기 및 가격 등 표시가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전문약 선택 유도, 한 가지 품목 최대 12개 구매, 인플루언서를 통한 약 배달 시 네이버페이 5000원 증정 이벤트 등도 약사법 위반이라는 게 서울시약사회 입장이다.
서울약사회 관계자는 “특정 전문약 표기 및 가격 등 표시 광고행위를 약사법 위반사항으로 보고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