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발전 속도가 급진전되면서 원격진료, 인공지능(AI) 등 첨단 IT를 이용해 더 효율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IT와 의료의 융·복합은 의료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오진을 줄여줄 것이란 장밋빛 희망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공학과 과장인 이재호 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는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된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의료서비스의 거의 모든 분야가 이제는 전산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종 의료기기도 디지털화되고 진료시스템과 접목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일부 대학병원에서 정밀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맞춤형 치료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사실상 엄밀하게 따지면 아직까지는 도입 단계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유전체 연구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환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더디다.
다행히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는 의료정보시스템 향상을 비롯해 선도적인 연구와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9월에 개설됐다.
이 교수는 “물론 의료질 평가 항목에 환자 참여 등에 대한 사항이 일부 반영되기도 하지만 환자가 실제 경험하는 만족도는 아직 완전히 반영되기에는 미흡하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그가 환자 참여 필요성을 거듭 환기시키는 것은 앞으로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정부 R&D 투자, 장기적 관점에서 기획 추진돼야"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감지하고 최근 과학기술 전략회의에서 코호트를 구축,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은 다양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암 치료'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관과 손잡고 암 분야 정밀의학 구현에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지도`를 만들어 치료를 넘어 예방까지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융합의학과는 하버드 의대 연구진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고 생물학적 기전, 치료법 등 세부 특성에 따라 질병을 소분류로 구분하는 의학통계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는 지난 2012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맞춤형 암센터다. 폐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담도암 등 대부분 암에 대해 유전체 분석 검사를 실시한다. 축적된 유전체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DB)화해 맞춤형 암 치료 임상에 적용한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정밀의료 사업은 2017년 예산안으로 5억원이 편성돼 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총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수는 “정부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R&D 투자는 장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론 전문가들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의생명정보학 전문가들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이 교수는 “의생명정보학은 다양한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질환에 대한 전자의무기록(EMR), 영상의학자료(PACS) 등을 토대로 환자 맞춤형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처방 및 치료와 관련된 보험정보 등 의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생산되는 모든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9월초 개최된 ‘의생명정보학 심포지엄’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비롯해 타 상급종합병원 의료진과 학계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빅데이터, 스마트폰, 인공지능, 클라우
드 등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전자의무기록(EMR)기반 임상 연구 : 기회와 도전 ▲A.I 및 빅데이터와 임상연구정보학 ▲ 헬스 아바타 등을 주제로 한 강의가 마련되면서 접점을 찾았다.
이재호 교수는 “지난번 심포지엄에서 의료정보기술 연구 및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 서비스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미래의료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