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안면혈관병변은 혈관종과 혈관기형으로 구분된다. 혈관종은 어린 나이에 많이 나타나고 분류가 복잡하므로 금번 설명에서는 제외한다.
안면혈관기형은 침범하는 혈관 형태에 따라 모세혈관, 임파선, 정맥 및 동정맥 기형 등으로 구분한다. 이들 중 상대적으로 흔하면서 치료 효과가 높은 정맥기형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정맥기형은 안면두경부 혈관기형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1동정맥기형이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는 혈류 속도가 빠른 병변 (high flow lesion)인 반면 정맥기형은 느린 병변(slow flow lesion)이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하며 미용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어 평생 잘 지낼 수도 있으나 눈 또는 입가, 혀 및 숨구멍 근처 병변은 관련기관 발달장애나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반응 및 결과가 좋아서 환자 만족도가 높다.
발현 증상 및 특징적 소견
정맥기형은 혈류가 천천히 지나가는 정맥의 발달장애로 생기는데 얼굴뿐만 아니라 등이나 손, 발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나타난다. 특징적인 소견은 육안으로 푸른 빛을 띠면서 누르면 부드럽게 들어가고 놓으면 다시 천천히 부풀어 오른다.(사진 1)
운동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면 커지기도 한다. 눕거나 세수를 할 때 숙이면 커질 수 있다. 잘 때 누우면 커지고 자고 일어나서 다니면 작아진다. 정맥기형이 발생하는 깊이와 피부층을 침범하는 정도에 따라 피부색이 달라진다. 피부의 얇은 층을 침범하면 매우 진한 푸른 색깔을 띠지만 깊은 곳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피부 색깔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깨물근공간(Masticator space)과 같이 깊은 근육층에서 생기는 경우는 피부 변화가 없으면서 부드럽게 눌러지는 소견과 달리 다소 단단하게 만져질 수 있고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사진 2)
합병증 및 문제
정맥기형은 그 자체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다치는 경우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정맥출혈이므로 압박을 하면 바로 지혈시킬 수 있다.
또한 숙일 때 커지면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정맥기형은 정맥이 부분적으로 커져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혈전이 생기면 부으면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피곤하거나 탈수가 되었을 때 혈전이 생기면 부어 오르면서 좀 단단해 지다가 다시 풀리는데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린다.
반복적인 혈전으로 부어오르는 현상이 생기면 나이가 들수록 좀더 단단해 지는데 나이가 들어 단단해진 상태가 되면 젊은 나이의 말랑말랑한 병변보다는 치료에 반응을 잘하지 않는다.
병변 내부에 정맥석(Phlebolith)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만져지기도 하고, 눌렀을 때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는 늦어진 혈류 속 혈전이 오랜기간 뭉쳐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크기가 커지고 색갈이 푸르게 보이므로 안면에 있는 경우 남다른 면모로 인해 대인 기피증이 있거나 열등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심리적으로 잘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감 결여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눈의 점막이나 입안에 있는 경우 반복적인 자극을 받을 때 출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어린 나이에 매우 불안한 심리를 야기할 수 있다.(사진 3) 숙이거나 운동을 하면 커질 수 있는데 이 때 손으로 눌러 들어가도록 하면서 감추는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진단
육안이나 증상 만으로도 대개 진단이 가능하다. 얼굴 깊은 부위에 있어 피부 변색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병변 위치와 범위를 알기 위해 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한다.
혈관종이나 동정맥혈관기형과 감별을 위해서는 조영 증강이 필요하다. 영상소견에서 정맥석이 보이면 정맥기형 확진이 가능하다. 정맥기형은 많은 경우 다발성으로 나타나므로 얼굴에 있는 경우라도 목이나 두경부 심부에 또다른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정맥기형은 한 개의 큰 정맥주머니(venous sac)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포도송이처럼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개 정맥주머니가 있는 경우는 각각의 정맥주머니를 치료해야 한다. 만일 남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커져서 재발 원인이 된다.
정맥기형 내에서의 혈류 속도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한데 실제 속도는 매우 다양하다.2, 3 아무리 정맥이라 하더라도 혈류가 빠른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전신순환계로 경화제가 주입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드물게 뇌의 혈관 변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뇌 자기공명영상을 같이 얻어 뇌혈관에 동반하는 가능성을 확인한다. 안면 정맥기형이 뇌 속으로 유출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간혹 유전질환과 관련되기도 하는데 가족성으로 나타난 경우나 산발성변이(sporadic mutation)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유전자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더욱이 유전학 발달로 인해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고 가격이 낮아지면서 검사 건수도 늘고 있다.4, 5
신경피부증후군(Vascular neurocutaneous syndromes)은 신경외배엽(neuroectoderm)이나 신경능(neural crest)의 발달장애로 생기는데 얼굴뿐만 아니라 뇌막과 뇌, 척추 및 척수를 공급하는 혈관을 따라 생기기도 한다.5
이 같은 뇌실질이나 척수를 침범하는 경우에는 체절동정맥기형(metameric arteriovenous malformation)을 형성하고 뇌동정맥기형으로부터 뇌출혈이 생기거나 척추동맥류를 형성,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체절을 침범하는 경우에는 피부, 피하조직, 근육, 경막 및 뇌척수 실질을 동시에 침범할 수 있다. 경막동정맥루가 있는 경우는 척수실질부로 혈액이 역류해서 척수병증(venous congestive myelopathy)을 유발할 수도 있다.
치료
치료는 경화요법(sclerotherapy)과 수술이 있다. 병변 위치에 따라 치료법과 접근이 달라 질 수 있다. 수술적 제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혈관 자체를 제거해야 하므로 출혈로 경계가 불분명하여 완전 제거가 어려울 수 있다. 간혹 경화요법과 더불어 수술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화요법이란 안면 정맥주머니를 직접 천자하여 혈관조영을 얻은 다음 경화물질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혈관벽의 손상을 유도해서 병변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한다. 병변 자체를 줄이므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다.
경화제(sclerotic agent)는 Ethanol, Bleomycin, Pingamycin, Doxycycline, OK-432, Sodium tetradecyl sulfate 나 ethanolamine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국내 수입이나 공급이 원할치 않아 모두 구입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코올(ethanol)을 써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그래서 알코올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6
알코올경화요법은 주사바늘을 정맥기형 중앙에 잘 위치시킨 후 경화제인 알코올을 주입한다. 이 때 무수알코올을 주로 사용한다. 투시(fluoroscopy)에서 잘 보이도록 조영제와 섞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알코올 농도가 낮아진다. 안전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떨어져 재발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경화제는 주입 이후 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대개 전신마취하에 시술을 한다. 정맥주머니 혈류를 잘못 예측하여 알코올이 전신순환으로 많이 들어가면 혈관을 타고 들어간 알코올이 심장이나 폐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신순환계로 유입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병변과 유출정맥을 압박하여 가급적 소량의 알코올을 주입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시술의 중요한 포인트이다.7
시술 후에는 일시적으로 붓는 현상이 발생하고 피부 가까이 위치한 경우 피부색 변화, 수포, 괴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일시적이며 며칠 후 호전된다. 간혹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데 열감이 나타나면서 붓고 아프면서 빨간색으로 변하는 경우 빨리 진료를 받고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치료 후 상처를 덥지 말고 오픈한 상태에서 베타딘과 같은 소독제와 재생피부연고를 같이 도포해 주는 것이 좋다. 간혹 신경손상으로 감각이 둔해지거나 일시적 안면마비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안면신경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면신경을 맵핑(mapping)한 후 그 자리를 피해 시술을 하므로 대개는 안전하다.
결론
정맥기형은 가장 흔한 안면혈관기형이다. 통증, 감염, 혈전, 출혈 등이 일어나지만 대개의 경우 일상 생활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운동을 하는 등 배에 압력을 주어서 정맥압이 상승하면 부어 올라 얼굴이 비대칭적으로 커지므로 심리적으로나 정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혈관종이나 다른 혈관기형과의 감별을 해야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 1. 아랫입술의 정맥기형으로 피부나 점막에 가까운 경우 푸른 색을 띠며 출혈을 잘 일으킬 수 있다. 시술 전 (좌측) 입술의 푸른 변색과 출혈로 인한 피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 시술 후 (우측) 병변이 거의 사라지고 입술 색깔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