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한방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원격진료 등을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섰으나, 총파업 동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파업 관련해 전(全)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 자체에 대한 참여율이 23%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2만 7000여명(약 23%)만 가지고 총파업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21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의협 회원 13만명 중 설문조사에 응답한 회원은 2만 6809명(약 2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가 온라인으로 실시됐음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굉장히 낮은 셈이다.
의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A 관계자는 “(설문조사가)온라인 형태로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낮은 편”이라며 “많이 하면 4만 명 정도는 하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협이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해 시행한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응답률이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약 23%에 그쳤다는 점이다.
물론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2만 7000여 명의 응답자가 모두 총파업에 대해 동의한다 해도 ‘나머지(약 77%) 회원들이 총파업에 참여하겠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의 총파업 참여율은 약 96%에 달했다(정부 추계 90%). 당시와는 비교조차 불가한 설문조사 응답률이 나오면서 총파업을 강행한다 해도 파업의 실효성에 대해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더욱이 오는 24일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에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통과될 전망이고, 다음달 4일에는 국회 본회의가 열려 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 법이 의결될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의협 B 고위 관계자는 “참여율 자체만으로 동력이 떨어진 것”이라며 “현재의 열기나 조직력을 가지고서는 총파업을 결행하기가 힘들다. 늦었지만 조직을 점검하고, 지역별 규탄대회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분업 사태 때도 하루아침에 파업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 지역별 규탄대회 등 여러 가지 준비 과정이 있었다”며 “의대 신설 및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 법이 급하니깐 파업 동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 대의원 운영위원회(운영위)는 지난 7월18일~19일 워크숍에서 “4대 악(惡)에 행동으로 나설 때가 맞다”면서도 “총파업은 답이 아니다”고 중지를 모은 바 있다.
운영위 워크숍에 참석한 C 관계자는 “지금은 투쟁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지역별 궐기대회·워크숍 등을 통해 군불을 지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