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로 표류 중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세 번째 예산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년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만 책정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도 예산안에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설계비 명목으로 2억3000만원을 편성했다.
복지부의 공공의대 설립 관련 예산 편성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2019년 3억원, 2020년 9억5500만원에 이어 이번에는 2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해당 예산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전액 불용 처리됐다. 예산을 확보하고도 한 푼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관련 법 제정을 전제로 3년 째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안은 제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2019년 예산은 전액 불용됐고, 2020년 예산 역시 불용 처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제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2차례 발의됐지만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근거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발의된 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복지부는 또 다시 학교와 기숙사 설계비 명목으로 2억3000만원을 편성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고집스런 예산 편성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을 넘어 고도의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찍이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집행 여부를 떠나 관련 예산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복지부는 2018년 4월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및 필수 공공의료 공백 방지를 목적으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 한 바 있다.
전북 남원에 과거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이양받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주된 교육기관으로 하되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실습기관으로 활용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공공의대 학생은 입학금, 수업료 등 4년 간의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을 예정이며,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간 공공보건 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지침도 마련해 뒀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제정되지 않으면서 복지부의 공공의대 계획도 3년째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법령 제정시 즉각 설립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의 반복되는 조건부 예산 확보 행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쓴소리를 던졌다. 법적 근거도 없는 사업에 대해 무조건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법률안 통과를 전제로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복지부는 보다 신중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