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KMA POLICY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지 5년이 지났다. 대의원회 상정할 안건을 위해 조직된 기구는 미국 AMA POLICY처럼 보건의료정책 분야에서 장기 아젠다를 발굴한다고 하지만, 그 위상과 역할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와중에 원격의료, 영리병원 등 굵직한 보건의료정책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의협 기자단은 지난 2일 부산에서 개최된 KMA POLICY 특별위원회 워크숍에서 김홍식 위원장[사진]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주]
Q. 2기 KMA POLICY 특별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A. KMA POLICY위원회는 대의원회에 상정할 안건을 만드는 기구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모든 결과가 대의원회에 올리는 안건으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단 KMA POLICY위원회 발족 5년이 지난 만큼, 이제 양질의 아젠다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포맷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 위원의 능력으로 아젠다를 개발하는 걸 지양하고 앞으로는 시스템으로 아젠다 개발과 구축을 완성할 수 있도록 조직화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Q. 그간 KMA POLICY 활동을 자평한다면
A. 위원회의 발족 목표는 국민과 함께 간다는 것이다. 현재 구축된 KMA POLICY에 보면 “지역사회 돌봄에 대한 내용,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자기결정권 존중, 건강한 생활습관 관리, 흡연율 감소정책, 사회공헌협의화 지지, 의료봉사활동 참여 독려, 노인학대 및 아동학대” 등이 담겼다. 총체적으로 KMA POLICY는 정관 및 내규 등 의협에 대한 것,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의사 회원에 주는 메시지, 대 국민 대 환자 등 대상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고, 그 과정에 모든 분과는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의료컨텐츠 개발은 위원회 활동 목표 가운데 중요한 과제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과 전문기술이 필요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올바른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를 구축할 수 있는 단체로 의협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으니, KMAPOLICY 위원회가 가장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엉터리 의료정보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국민들은 돈을 잃고 건강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올바른 의료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영리병원 도입되면 환자유치 경쟁 심화”
“KMA POLICY 제 자리 잡으려면 십 수년 시간 필요”
“원격의료 도입, 의학적 아닌 경제적 요소에 끌려가는 상황”
“영리병원? 단일 공공의료제도 안에서 서비스 차별화 불가”
Q. 의협 KMA POLICY가 5년 정도 지났지만, 그 영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
A. 당연한 이야기다. 14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사회 AMA POLICY는 기초적인 자리를 잡기까지 거의 30년 이상 소요됐다고 들었다. 보건의료정책을 근거 중심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건의료정책은 해마다 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요구도 날이 갈수록 다양화 돼 간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불과 몇 년 만에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KMA POLICY가 제자리를 잡기까지 십 수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해당 지적은 보건의료정책 개발에 대한 이해 차이로 발생하는 기대치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위원회 내부적으로 개선하고 바로 잡아야할 것들이 많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부진하다고 보지 않는다. 의사들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이론적인 역량이 요구에 비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해 구호를 외치는 건 쉽다. 하지만 그 정책에 대해 이론적 베이스를 구축해 논리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보건의료정책은 나라마다 달라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자료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위원회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KMA POLICY 구축이 더디다고 지적했던 회원이 막상 위원이 돼 활동하면서 외부에서 보던 것과 너무 다르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Q. 워크숍 주제가 코로나19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실태다
A. 재택치료는 코로나 확산이라는 돌발 변수로 갑자기 도입된 제도다. 내과 개원의사로 재택치료에 참여했는데, 진료 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 선택을 비전문가인 환자 스스로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일례로 확진자가 팍스로비드 처방을 요구하는데 들어보니 처방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60세가 되지도 않았고 기저질환이나 면역저하 질환도 없었다.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팍스로비드 처방이 어렵다고 하니 다른 의료기관에 연락해서 본다고 했다. 치료제 선택이 비전문가인 환자 요구에 좌우된다면 환자 안전과 정확한 치료에 방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확진이라는 정해진 질병으로만 시행한 재택치료에도 문제가 많은데 전체 질환을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된다면 그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 편익이라는 목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위원회는 원격의료 도입 시 발생할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지적해 개선토록 요구할 것이다. 의사가 된지 40년이다. 환자 편익보다 환자 안전과 정확성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해당 주제를 선정했다.
Q.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격의료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A. 원격의료 도입 여부가 의학적인 요소가 아닌 경제적인 요소에 의해 끌려가는 상황이다. 의료산업화의 중요한 축을 원격의료 활성화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원격의료 토탈솔루션 개발자, 자가 측정 의료장비 개발자 등이 정권에 호소해 진행되는 부분도 있고, 재택치료로 편리함을 느낀 국민들이 의료 소비 편익을 위해 요구하는 부분도 있다.
원격의료 도입에 병원과 의원을 분리해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행하는 의료는 자신이 속한 기관이 어디냐에 상관없이 같다. 만약 환자-의사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부정확한 환자 구술에 의한 치료 결정이 안전성을 위협하고, 부정확한 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병원 외래서도 마찬가지다. 자가 측정 의료기기도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 가령 내과의사들이 자가혈당 측정 결과만 듣고 당뇨 치료 약제를 선택한다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당뇨병과 합병증에 대한 검사들은 다양하며 그것들은 자가 측정으로는 알 수 없는 지표들이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 극히 제한된 상황과 극히 제한된 질병에서만 가능하다.
Q. 제주 녹지병원에 대한 법원 판결과 행정처분 결과와 영리병원 향배는
A. 지난 2004년에 의료영리법인 활성화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당시 의협 정책이사로 참석했다. 당시 영리법인은 시기상조이며 도입하기 위해서는 단일 공공의료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병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당시 적지 않은 회원들이 영리법인 허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공청회 전에 의견을 줬지만,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영리법인 허용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영리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사업을 하는 것이다. 의료기관 간 경쟁이 필연적인데, 단일 공공의료제도 안에서 의료서비스에 차별화는 불가능하다. 당연히 영리법인이 들어서도 기존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과 환자 빼앗기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진료를 남발하고 효율성 없는 의료행위를 포장해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거대 자본가의 자금이 유입돼 환자 따먹기 싸움만 치열해지는 꼴이다. 제주도 녹지병원처럼 내국인 환자 진료 문제로 투자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은 영리법인이 결국 국내 환자 유치 경쟁일 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Q.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KMA POLICY 특별위원회 업무는 점점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는데, 위원회 활동을 하려는 회원들은 줄어들고 있다. 업무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의협 내 위원회 위상이 맡고 있는 업무 중요성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업무 특성상 현안보다 미래지향적 아젠다에 집중하게 된다. 의사 직업과 의료환경 미래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는 많이 부족하다. KMA POLICY특별위원회는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