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의료기술 융합으로 ‘정밀의료’ 조기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AI 기반 연속혈당측정(CGM) 솔루션이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혈당관리가 당뇨병 합병증 발병을 예방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메드트로닉코리아 당뇨사업부 이호근 상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속혈당측정기(CGM) ‘iPro2’와 연동된 AI 기반 인슐린펌프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I 기반 인슐린펌프는 환자 복부에 삽입돼 인슐린을 투여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계다. 혈당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을 경우 스스로 인슐린 투여를 중단한다.
환자가 저혈당으로 인한 응급 상황에 빠질 것 같다고 판단되는 경우 30분 전에 투여를 중단하고,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2시간 뒤 인슐린을 주입하는 기술로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미 호주, 영국, 프랑스 등 36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호근 상무는 “하루에 인슐린 주사를 4회 이상 평생 맞아야 하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계 스스로 저혈당으로 인한 응급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유는 차세대 CGM인 iPro2[사진]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iPro2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작은 센서다. 기존 CGM과 비교해 침습 깊이가 얕아 환자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했다. 별도의 선이 필요 없고 방수 기능이 있어 일상생활이 자유롭다.
5분마다 하루에 288회씩 3일 동안 자동 측정, 저장된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하면 혈당 변화 추이를 예측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고혈당 혹은 저혈당이 발생한 경우 알람을 통해 환자에게 알리는데, 환자가 인지할 수 없는 저혈당 발생 빈도까지도 확인 가능해 저혈당으로 인한 응급 상황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 7개 대학병원은 iPro2를 활용해 혈당조절을 하고 있다. 인슐린펌프까지 출시되면 AI기반 맞춤형 혈당 관리 플랫폼이 완성이 된다. 내달 중 늦어도 올해 상반기 시장 진입이 유력시된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제1, 2형 당뇨병 환자 중 목표 혈당 수치가 조절되지 않거나, 저혈당 또는 고혈당이 무인지 상태로 발생하는 경우 CGM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저혈당 위험 없이 엄격한 혈당 조절이 필요한 경우나 1형 당뇨병 임산부 환자, 일부 1형 소아당뇨병 환자군도 대상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다회 인슐린 요법이나 인슐린펌프 치료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와, 혈당 변동폭이 크거나 저혈당이 빈번한 환자의 경우 CGM 사용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호근 상무는 “당뇨병 유병률은 60~70%로 높은 반면 당화혈색소(HbA1C) 조절률은 20% 내외에 불과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30%로 높다”며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한 혈당조절이 가능해지면 4조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