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이하 아청법)이 현행 법체계 상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법률가로부터 제기됐다.
그의 견해는 아청법 관련 논란의 핵심인 취업제한과 관련해 가장 완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주장과 비슷해서 눈길을 끈다.
아청법은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10년 간 취업이 전면 제한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의료기관이 추가, 올해 6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주최로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합리적인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나왔다.이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보건의료협회가 공동주관한 자리다.
토론자로 나선 한상훈 연세대학교 법대 교수는 “아청법은 보안처분으로 해석되며, 아청법 자체가 여론에 편승해 만들어져 법체계상 실효성을 고려하거나 섬세하게 설계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보안처분은 형벌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국가가 시행하는 각종 강제적 조치로, 범죄에 대한 예방적 목적을 띤다.
한 교수가 아청법을 보안처분으로 분류한 것은 아청법이 성범죄로 인한 벌금, 징역 등 형벌에 더해 미래의 범죄 가능성을 담보로 10년 간 의료기관 취업제한 등을 강제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안처분은 제재 정도에 대한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범죄 가능성만을 고려해 정해지다 보니 오‧남용 위험이 있어 인권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보안처분은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리 침해 정도와 행위자의 위험성 간 균형을 요구하는 비례 균형 원칙을 전제로 한다.
즉, 아청법으로 인해 의사가 침해당하는 권리의 정도와 의사가 성범죄를 다시 일으킬 위험성 간 균형이 맞춰져야 아청법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 교수가 아청법을 ‘불완전한 법’으로 정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현행 아청법에서 침해되는 권리와 재범 위험성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성범죄의 직업 관련성, 성인 대상 성범죄 적용 제외, 취업제한 기간 조정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교수는 “수영장이나 지하철에서 성추행 하는 것 역시 물론 나쁘지만 그렇다고 의사로서의 활동을 막을 필요는 없다. 대신, 마취 상태에서의 성추행 등 의사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해서는 취업제한을 해도 무방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성인 대상 범죄와 아동 대상 범죄 구별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아청법에 성인까지 포함시키는 것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 이것은 과잉입법이다”라고 강조했다.
취업제한 기간을 획일적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다. 죄질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