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개원가, 좌충우돌 외국환자 대응기
2012.02.08 02:56 댓글쓰기
의료관광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국내 성형외과 개원가는 요즘 외국인 환자 맞이가 한창이다. 환자군이 국적과 문화가 다양한 외국인으로 변화하면서 그에 따라 성형외과 원장들의 환자 대응법도 국제화 되고 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워 진땀 흘렀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국적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외국인 환자들의 특징을 소개해본다.

가깝고도 먼 일본과 중국

국내 성형외과를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가까운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에서 온 환자들이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성형수술을 선택하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눈이나 코성형뿐만 아니라 양악수술, 유방성형, 지방흡입술까지. 총 수술 비용이 천만원 단위가 훌쩍 넘지만, 드라마틱하게 변한 외모를 마주할 순간을 꿈꾸는 중국인 환자에겐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국내 성형외과 개원가에서 중국인 환자들의 통 큰 결정력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데아성형외과 권장덕 원장은 “중국인 환자는 전신성형이나 얼굴도 한 번에 여러 곳을 수술할 정도로 화끈하게 결정한 뒤 큰 변화를 확인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상담을 하기도 전에 병원 근처 호텔 장기투숙권을 구매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중국은 관상학적인 것을 많이 따지기도 한다. 누가 봐도 코볼을 줄이면 더 예뻐질 수 있는데 코볼은 재물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줄이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수술 시 부적을 꼭 착용하고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구정 후 한 달 이내에는 몸에 가위나 칼 등을 대면 안 된다는 이유로 구정 한달 후 수술을 고집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일본인 환자들 중에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는 신중파가 많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을 한류문화가 바꿔놓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이데아성형외과 권장덕 원장은 “일본 환자들은 눈성형이나 코성형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해 조금씩 수술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했다.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일본인 환자 중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나 카라의 구하라 사진을 가져와 그들의 이미지대로 고쳐달라고 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면서 "한류 영향으로 K-POP 스타들과 같은 이미지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하늘이 수술날짜 결정해주는 몽골

최근 이데아성형외과 국광식 원장은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수술실에서 나와 한숨을 돌렸다. 저녁 무렵 찾아온 몽골인 환자가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면서 간곡하게 수술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데아성형외과 국광식 원장은 “환자가 수술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고 상담을 통해 최적의 수술방법을 찾은 후였지만, 국내 환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수술날짜를 정해 온 것 같아 물어보니 본국에서 수술하기에 좋은 날짜를 받아왔더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이 편하고, 받아온 날짜에 하면 수술 결과가 좋을 것이란 믿음이 강했기 때문에 말릴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도 “수술 날짜를 본국에서 미리 정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몽골인 환자들이 많다”면서 “낯선 나라에 와서 수술한다는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수술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어서 되도록 원하는 날짜에 맞춰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까지 정해오는 환자도 있었고 수술해 주는 의사가 자신보다 키가 커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문화권“의사이기 전에 남자라서 죄송"

최근 자카르타에서 온 환자가 이데아 성형외과를 방문해 눈성형 상담을 받으려고 의자에 앉았다. 고민을 말하고 의료진의 의견을 말하는 과정까지는 여느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상담이 진행되는 도중, 환자가 갑자기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권장덕 원장이 기구를 이용, 수술이 필요한 부위에 가져가 변화할 모습을 보여주려는 순간이었다.

권장덕 원장은 “얼굴에 손을 대려고 하자 환자가 매우 놀랐다”면서 “의사이지만 낯선 남자이기에 피부가 접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해줘서 이해했다. 환자는 나 때문에 놀랐지만, 나도 환자의 반응에 놀라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성형외과 진료에서 필수 과정 중 하나인 수술 전 기록을 사진으로 남길 때에도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머리를 묶거나 소매 없는 옷을 입어 다른 곳에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준비한 뒤 사진을 찍는 국내 환자들과 달리, 이슬람권 여성 환자들은 차도르나 히잡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BK성형외과 김병건 원장은 "이슬람권에서 온 환자 중 일부는 수술 전 사진을 찍을 때 히잡이나 차도르를 벗지 않은 채 사진 찍기도 한다"면서 "종교적인 이유로 수술 후 회복 중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절대 먹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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