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적정성평가···부담 백배 의료기관
금년 평가 방식 등 변화 예정, 심평원 vs 의료계 갈등 봉합여부 관심
2016.07.20 12:39 댓글쓰기

의료계에 적정성평가가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1등급을 획득하면 정부가 인정해줬다는 일종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면에 자리 잡은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과 이를 평가하는 지표의 모호성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더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성평가는 새로운 방향으로, 더 많은 항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 늘어나는 적정성평가는 불편하고 불만이 큰 것이 현실이다.
 

2016년 37개 평가···예고된 6개 항목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적정성 평가를 ‘건강보험·보건의료의 발전과 함께 하는 평가’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평가 인프라·영역 강화, 평가수행체계 합리화, 평가결과 활용 다각화 등 3가지 세부과제를 설정했다.

점차 늘어나는 적정성평가를 통해 국가단위 질 관리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평가영역의 균형성 확보를 확보하는 한편 평가항목별 목표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 진행되는 적정성평가는 ▲질환(심뇌질환, 암, 만성질환, 기타질환) ▲주요수술 ▲외래약제 ▲포괄수가 ▲특수분야 ▲기관단위 포괄적평가 ▲한방·치과 ▲환자안전·환자중심으로 구분된다.

세부적으로 ▲허혈성심질환(2항목) ▲관상동맥우회술 ▲급성기뇌졸중 ▲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 ▲간암 ▲고혈압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렴 ▲요양병원 ▲의료급여 정신과 ▲중환자실 ▲혈액투석 등을 포함 36개의 기존 평가가 이어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환자경험평가 항목이 추가돼 올해 총 37개의 평가가 진행된다.
또한 예비평가 항목(한방, 치과, 환자안전, 마취)과 연구용역(소아진료, 정신과영역) 등 6개의 적정성평가가 예고된 상태로 내년 혹은 내후년부터 새로운 항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 ‘환자경험평가’

환자경험평가는 환자가 입원기간동안 특정의료 서비스를 경험했는지 질문해서 환자중심 의료수준을 측정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제외국에서 보건의료 평가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심평원이 수차례 적정성평가 설명회를 진행하는 동안 환자경험을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의료인들이 많았다.

의료진이 적정진료를 진행하고자 했는데 환자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이를 감점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지자 대한의사협회는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평가 자체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미 환자경험평가의 세부지표를 구성했고 종합병원 이상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최종 단계를 거치고 있어 올해 안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의사 서비스 ▲간호사 서비스 ▲일반 치료과정 ▲병원 환경 ▲권리보장 ▲퇴원 ▲공평한 대우 ▲전반적 평가 ▲개인 특성 등이 담길 환자경험평가는 환자에게 전화 설문으로 진행된다는 가이드라인도 나온 상태다.

심평원 평가1실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환자경험평가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지만 환자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져야한다는 차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의료인을 존중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문을 꾸리는 방향을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평가를 어떻게 공개할 지에 대한 방법은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도 의료계 의견이 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적정성평가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환자경험평가는 이미 2016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에 의료계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쏟아지는 "변화 시급" 요구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작된 적정성평가는 국내 의료 질 향상에 적극적인 형태로 기여했다. 다양한 수치의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례로 지난 2014년 허혈성심질환 평가와 관련해 대한심장학회와 심평원 간 마찰은 자료제출 금지라는 보이콧으로 이어졌고 2년이 지나도 아직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열린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도 동일한 사안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대한심장학회 한규록 보험이사는 “지난 5년간 급성심근경색증 적정성평가와 허혈성 심질환 통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학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평가를 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적정성평가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평가는 물론 기존 평가의 지표나 점수에 대한 불만이 누적,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의료계만 아닌 심평원 내부서도 "개선 필요" 주장 제기 

심평원 내부에서도 적정성평가의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심평원 감사실이 지난 4월 진행한 평가 1, 2실 감사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적정성평가 지표는 전문인력 구성여부 등을 평가하는 구조지표, 검사, 처치 등 진료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지표, 평균 입원일수, 사망률 등을 평가하는 결과지표로 구분하고 있는데 편중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 감사실은 “구조지표와 과정지표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진료의 결과를 평가하는 결과지표 비중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효율성 강화를 위해 결과지표 비중을 확대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평가실은 “올해는 적정성평가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것이다.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해관계자와 협업을 통한 지속가능한 평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그간 국가차원의 거시적 관점보다 의료기관별 질 평가에 집중했고 포괄적인 질보다 입원위주의 질환별 평가를 진행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프레임을 재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심평원이 대한의학회에 의뢰한 ‘적정성평가 중장기 발전방향 도출을 위한 연구용역’이 조만간 마무리되는데 그 결과를 토대로 새 판을 짜겠다는 의미다.

우선 평가결과 산출에 관한 사항(종합점수, 평가등급)이 변화할 예정이다. 기존 등급별 의료기관 설정이 적정성평가 결과의 핵심이었던 만큼 전반적 체계가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평가항목의 목표치 설정(절대/상대 목표) 및 효과분석에 따른 출구 전략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목표치 달성여부와 연계해 모니터링-사후관리-개선 등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계획이며 인센티브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새롭게 모색된다.
 

심평원, 적정성평가 마스터플랜 변경

다수의 심평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적정성평가의 마스터플랜이 바뀌는 것은 분명하며 의료계와 상생할 수 있는 적정성평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적정성평가는 의료기관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올초 적정성평가 설명회에 참석한 한 지방대학병원 관계자는 “평가를 준비하는 과정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의외로 힘든 과정인데, 이에 대한 인센티브는 협소한 상황이다.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줄 세우기’는 오히려 양극화와 서열을 나누는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등급을 나누는 것 보다 전반적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질환별로 평가지표가 다르다. 진료일수나 약 처방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지면 그렇게 따라야 한다. 수술을 많이 진행해야 좋은 점수가 나오면 환자의 동의를 받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환자 상황은 개개인마다 다른데, 심평원의 평가지표에 부합하기 위해 맞춰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각 학회의 의견은 물론 의료기관 종사자들과도 지속적인 논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차차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심평원은 적정성평가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계와의 시각 차는 존재한다. 변화의 시기를 2016년으로 잡았는데 그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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