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역임한 외과 노(老) 교수도 당직 선 병원
성바오로, 전공의 2명 불구 주 80시간 준수…'시대 변화, 희생 아닌 당연한 결정'
2015.04.24 20:00 댓글쓰기

힘들고 고된 외과 전공을 기피하는 의사가 늘면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급기야 올해 초 주당 80시간 준수 및 해외연수 등 인센티브를 보장하겠다는 파격조건을 내걸었다.

 

주당 80시간은 법으로 보장된 전공의 근로시간이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가톨릭의대의 결정은 노동 강도를 줄여 어떻게든 외과 전공의를 끌어오려는 ‘고육지책’이다.

 

파견 1명을 포함하더라도 전공의가 2명에 불과한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은 이번 의대의 발표로 비상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곳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대통령령이 시행된 지난해 9월 직후부터 교수들이 당직근무를 서는 등 환경 개선에 노력해 온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한 노(老) 교수의 희생이 있었다. 교수도 당직을 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의무원장을 역임한 이 성 교수가 직접 자청해서 “당직 배치표에 내 이름도 넣으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정년을 앞둔 대선배가 나서자 모든 외과 교수들이 당직근무에 동참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병원에서도 교수들의 참여가 늘게 됐다는 후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수련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 주당 최대수련시간 등 수련환경에 영향을 주는 8개 항목을 개선하도록 의학회·의협·병협·전공의 등과 합의, 수련환경 개선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부합, 가톨릭의대 외과학교실은 전공의 미달, 과중한 업무 등 외과의 여러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외과 지원 교육시스템을 마련했다.

 

전공의를 정당하게 대우하기 위한 △주 80시간 근무 보장 △근무 대체인력 확보 △내시경초음파실 파견 근무 △인센티브 제공 등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전공의 배정을 결정하게 된다. 교육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병원에 대해선 전공의를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공의는 노동자가 아닌 피교육자’라고 정의하고 있는 성바오로병원은 평가에 대한 고민도 그다지 크지 않다. “산하 병원 어디에서 시작하더라도 차이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다짐에 따른 노력이 좋은 결과는 낳고 있는 덕분이다.

 

장기적으로 병원은 외과 트레이닝에서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까지 마련된 시스템은 내달 열리는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특히 교수들의 배려와 희생, 교육에 대한 열정에 전공의들은 노력으로 보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열심히 따라준 전공의들에 대해 병원은 향후 펠로우 선발 등에서도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 성 교수는 “과거 선배 교수들이 어떤 혜택을 누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성바오로병원의 지리적 특성상 경쟁이 어느 곳보다 심하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쌓인 내공과 일치단결된 좋은 분위기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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