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 철야 국정감사 씁쓸함
2014.11.02 10:31 댓글쓰기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밤 12시를 넘기는 일이 잦았다. 통상 오전 10시 일정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14시간 이상 국정감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강행군의 시작은 지난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부터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국정감사와 증인신문이 있던 20일, 무려 9개 기관의 감사가 진행된 21일, 최근 마무리된 24일 종합감사 역시 자정을 넘겼다.

 

여느 상임위원회 보다 늦게까지 불을 밝혔던 보건복지위원회가 알맹이 가득 찬 국정감사를 만들었다고 확신하기에는 석연찮음이 남는다.

 

때문에 국정감사를 진두지휘하는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이 ‘운영의 묘’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황도 충분하다.

 

문제는 14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가 마무리될 즈음 시작됐다. 저녁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김 위원장은 “추가 질의를 할 의원이 있다면 거수하라”고 말했고, 당시 4~5명의 의원이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격앙된 감정을 누르며  “원칙대로 합시다. 2시간 동안 저녁을 먹은 후 밤 12시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자”고 의원들에게 으름장을 놨다.

 

다수의 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그날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 후 일정이 있었고, 의원들에게 이른 마감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런 탓에 당초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던 국정감사가 30분 앞당겨 9시30분에 시작됐다.  

 

위원장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의원들이 추가질의 신청을 하자 위원장은 불편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결국 이날 국정감사는 추가질의 없이 서둘러 종료됐다.

 

산회를 선포하는 방망이 소리가 국정감사장에 울렸을 때 몇몇 의원들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고,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위기를 풀고자 한 야당 의원이 “위원장님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어색한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복지위의 철야 국감은 그날 이후 시작됐다.

 

많은 의원들이 본인 일정에 따라 국정감사 일정을 좌지우지하는 김 위원장에게 항의했고, 그 반작용으로 김 위원장이 ‘준법투쟁’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후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오늘은 의원들이 마음껏 질의를 하시라” 혹은 “밤 12시 넘는 국정감사도 가능하다”는 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한 여당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더욱 거센 항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늦게까지 이어지는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소심한 복수와 위원장의 ‘원칙’ 진행이 빚어낸 결과”라고 전했다.

 

한 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항의를 한 의원들에게 섭섭해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위원장은 준법투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덕에 의원들은 준비한 질의를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위원장은 여야 간사와 함께 모든 일정를 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 등에서 논의할 법안을 최종 선정하는 등 복지위 운영에 있어 막강한 권한를 갖는다.

 

그런만큼 권한을 권리처럼 행하지 않는 위원장으로서의 절제와 책임이 필요하다. 아직 정기국회 마무리까지 예산안과 법률안 심의 등 갈 길이 멀다. 김춘진 위원장의 ‘운영의 묘’가 살아있는 보다 매끄러운 진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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