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전국 국립대·사립대병원의 74.5%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사 채용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의사 업무를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에게 넘기는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료사고 및 근접오류 일명 '아차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24곳이 폐쇄·축소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5월 기준 비상경영을 선포한 의료기관은 총 52곳이었다. 국립대병원 및 사립대병원 47곳 중 비상경영을 선포한 곳은 35곳(74.5%)에 달했다.
비상경영은 주로 병상운영 및 인력운영 효율화, 비용절감 등의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간호사 채용이 사실상 중단되고 및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력운영 효율화를 위해 병원들은 인력 동결 및 한시적 정원 감축, 신규 증원 보류, 정규직 신규 채용 제한·중단, 신규입사 발령 유예 등을 취하고 있다.
영남 국립대병원 497명·경기 사립대병원 268명 등 신규간호사 채용 중단
실제 조사 결과,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신규간호사 채용을 대규모로 중단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 채용 중단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남 A국립대병원(497명), 경기 B사립대병원(268명), 충청 C사립대병원(250명), 영남 D사립대병원(150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시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이후 병원이 PA간호사를 늘렸다고 응답한 의료기관은 총 49곳이었다.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의 경우 47곳 중 43곳(91.5%)이 PA간호사를 늘렸다.
일반간호사를 PA간호사로 전환한 의료기관은 전체 48곳이었고,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은 47곳 중 44곳(93.6%)에 달했다.
의사 업무 맡게 된 PA간호사 교육 부실···의료사고·'아차사고' 발생 우려
대부분 의료기관이 시범사업 이전에 PA간호사가 하지 않던 업무를 PA간호사가 대신 하면서 교육 및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아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가된 업무에 대해 교육훈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곳은 총 22곳이었고,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은 47곳 중 14곳(29.8%)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곳은 1곳이었으며 PA간호사가 의사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근접오류(아차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 곳은 8곳이었다. 이 중 6곳이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이었다.
이밖에 대부분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이 병동을 통폐합·축소 운영하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2월 20일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간호간병통합비스병동을 폐쇄·축소 운영하는 곳은 24곳으로 파악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 갈등과 의사 진료거부 사태로 인한 의료파행 틈바구니에 수많은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스며 있다"면서 "의사 진료거부 장기화가 노동자들 고용 및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의정갈등과 의사 진료거부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면서 "6월 내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