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내 주요병원들이 전공의 미복귀에 따른 해결책으로 PA(Physician assistant)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 갈등 이후 빅5 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이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PA를 순차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PA 확대로 의료공백 장기화를 대비하는 체질 개선을 꾀한 것이다.
PA로 급한 불부터 진화하겠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을 모색했던 보건당국 의도가 무색케 된 상황이다.
17일 병원계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서 수리 마감 기한 경과에도 대다수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현장의 예상대로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병원들 입장에서도 마냥 전공의 복귀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으로 보건복지부 역시 이를 지원키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는 당직 등 교수진 과부하로 기존 전공의 중심 체제에서 전문의와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공의 진료 비중을 낮추는 등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공의 근로시간은 주당 80시간에서 60시간, 연속 근무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을 24∼30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업무 부담은 줄이되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은 대폭 강화한다. 전공의 수련 비용 등을 국가가 책임지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추진이 대표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서 'PA 합법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PA 간호사들이 헌신하고 있다"며 "위법과 적법 사이에서 고민이 많아 빠른 시일 내 의사 지도 하에 진행할 수 있는 의료범위를 지정하고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PA 반대 여론이 높지만 보건의료노조는 PA합법화를 찬성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 62.3%가 의사 ID와 비밀번호로 간호사 등이 처방전을 대리 발급하고 있다. PA를 합법화할 경우 불법행위 감소 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병원에서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자조섞인 목소리도 감지된다. 이미 전공의들 마음을 돌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는 판단이다.
가톨릭의료원 관계자는 "복귀 의사를 타진하는 병원들 문의에 전공의들은 회신조차 없었다"며 "애초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응답 전공의들은 사직 처리되는 만큼 대부분 전공의 및 인턴들이 미복귀로 사직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공의 복귀 기대 없다…"시스템 개편 중"
빅5 병원들도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고 대응책 마련을 준비해왔다.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확대, 일반의 및 PA 채용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며 "정부 합법화 의지에 따라 PA 채용 확대, 입원전담전문의 및 일반의 모집을 늘리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협 등 PA 합법화에 대한 반발이 커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작금의 상황을 적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군 전역 전임의와 임용을 미뤘던 전임의들이 복귀해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 병원처럼 통합병동 운영이나 무급휴가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대응 가능한 시스템인 이것 뿐"이라며 "조속한 사태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병원 "분위기 관망세"
주요 대학병원들도 타 병원 대응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누구하나 먼저 사직서를 수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공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함구령이 내려진 만큼 구체적 대응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는 태도다.
하지만 의정 갈등 후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복지부 PA 허용에 맞춰 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경기도권 A대학병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공의 관한 발언은 함구가 내려진 상태"라며 "15일 이후 복귀율을 보고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부분 병원들이 전공의 복귀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게 평가하고 자체적인 대응책으로 PA 확대를 선택한 것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지만 주변 병원들 대응을 보고 추진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PA 인력을 꾸준히 늘려오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는 지속 채용하고 있었으며 다른 병원들도 유사한 대응책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