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의료서비스와 24시간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들이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들은 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모든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토록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형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왜곡과 부작용들이 하나, 둘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골든타임 내 생명을 긴급하게 살려야 하는 위중증·응급의료 분야가 사회적인 이슈로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의료시스템 문제로 국민들 불만과 불안이 지속되고, 필수의료 정상화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 대책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이 중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새롭게 선보였다.
특히 전국 239개에 달하는 기존 지역응급의료기관을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비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맡긴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역 응급의료기관, 경증 환자만 진료하는 역할로 폄하될 수 있어 답답"
중소병원이자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을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큰 실망과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도 각 지역사회에서 국민 건강 증진에 애쓰고 있는 중소병원 입장에서 바라본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발표대로 라면 현재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응급실 내원 환자를 입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경증환자만 봐야 하는 걸로 해석된다. 이는 환자들로 하여금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 환자만을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진료 제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중소병원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응급의료 특히 위중증 환자에 대한 응급치료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의료자원 관리를 통해 해당 질환의 최종적인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고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새로운 응급환자 이송 및 분류체계, 의료현장 혼란 초래 우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신속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전달체계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
각 지역사회에는 우수한 치료 역량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많다. 그리고 각 의료기관들은 응급센터 재지정 및 정기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의료기관들에게 경증·비응급 환자만 보라고 하는 것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중증과 비중증 경계가 모호하고 초기 경증에서 중증으로 전환되는 경우 등 이번 중증도 분류에 따른 전달체계 개편은 의료현장 혼란을 초래할 게 자명하다.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수배하고 환자가 이송될 수 있는 이송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중소병원 규모라도 특정 질환은 대형병원에 준하는 우수한 치료 역량 갖춘 곳 많다"
둘째, 효율적 이송체계 구축을 위해 특정 질환별 지역센터를 지정, 운영해서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중소병원 중에는 비록 지역응급의료기관이지만 각 지역사회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서는 대형병원에 준하는 우수한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이 다수 존재하고 실제로 치료하고 있다.
뇌혈관질환만 하더라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이 자리잡은 서울·경기 서부권에만 약 30개 의료기관에서 수술 및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즉, 의료현장을 보면 뇌혈관질환과 같은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게 아니라 충분히 활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질환에 경쟁력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철저한 심사 후 질환별 지역센터를 지정하고 세분화된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해당 의료기관이 지역 내 응급환자의 효율적 이송체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방서 및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적극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개편에 따른 우려 중 하나인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양극화를 기존보다 더욱 고착시킬 것이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응급센터와 전문병원 유기적 협조 통해 전달체계 효율화 모색 필요"
셋째,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전문병원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앞서 제언한 지역센터와 유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로 특정 질환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심사해 지정하는 전문병원 제도가 있다.
현재 전국에 112개로 구성된 전문병원은 질환별, 진료 과목별 환자의 구성 비율과 진료량, 의료 인력, 병상, 의료질, 의료기관평가인증 여부 등 총 7가지 기준을 충족한 병원들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도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 통계를 보면 수술 127건, 시술 389건 시행 등 뇌혈관질환 관련 환자 수가 약 4700명에 이른다.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을 생각해보면,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우리 병원에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은 점에 있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복지부가 인증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지역응급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중증도 높고 골든타임이 필요한 뇌혈관질환 환자를 제대로 수용 받지 못하고 있다.
"새 제도로 인해 중소병원 역할 위축‧경영난 가중 안되길 희망"
특히 이번 개편 방안으로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처럼 중증도가 높은 질환에 특정해서는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방안에 전국에 지정된 전문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골든타임 내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제언한 지역센터와 전문병원을 결합해 효율적인 전달체계 방안으로 활용한다면 중증응급의료센터 추가 확충을 위한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소병원들은 각 지역사회에서 주민들 건강과 생명을 위해 투철한 사명감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부디 이번 개편 방안으로 중소병원 역할이 위축되고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존 다양한 의료정책 및 제도와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의료체계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들이 만족하는 질(質) 높은 의료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