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의료 인프라 괴로 소아청소년 응급실 뺑뺑이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내 아동병원 80%는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는 24일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117곳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7월 3일부터 5일까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아동병원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아동병원협회 설문조사에는 전국 90개 아동병원 대표원장들이 직접 참여했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로 2012년 캐나다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CTAS(Canadian Rtiage and Acuity Scale)를 국내 의료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81% "응급환자(3등급) 직접 진료 가능" 51% "중증응급환자 치료 할 수 있다"
최용재 부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실시 배경에 대해 “과거에는 여름철 거의 발생하지 않던 소아 독감 환자수가 최근 심상치 않다”며 “이 같은 분위기라면 소아응급 환자 뺑뺑이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아동병원의 진료 역량을 파악코자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응급환자(3등급) 직접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아동병원은 81.0%(73곳)로 대다수가 해당됐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겠다는 응답은 19.0%(17곳) 뿐이었다.
4등급, 5등급에 해당하는 준응급환자 및 비응급환자의 경우 직접 치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77.0%(69곳), 88.0%(79곳)이었다.
타병원으로 전원하겠다는 응답한 병원은 각각 22.0%(20곳), 11.0%(10곳)이었다.
중증응급환자로 분류되는 2등급도 51.0%(46곳)가 직접 치료가 가능하다고 응답해 전원하겠다(17.0%, 15곳)보다 훨씬 높았다.
진료 시간에만 가능하다는 응답 18.0%(16곳)까지 포함하면 중증응급환자 진료 의향 비율은 69.0%였다.
1등급에 해당하는 중증 응급환자(소생)의 경우 직접 진료할 수 있다고 응답한 아동병원 역시 49.0%(44곳)로 절반에 달했다.
최용재 부회장은 “대학병원을 포함 상급종합병원 등이 소아 방문조차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전국에 분포한 아동병원이 응급소아환자 치료를 맡는다면 의료체계 구축에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원 감당하며 중증환아 진료해도 보상 전무, 제도적 지원책 절실"
전국 아동병원이 응급소아환자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용재 부회장은 “정부는 전국 117곳의 아동병원이 응급소아환자 진료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응급실 뺑뻉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약점을 보완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의료체계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제2, 3 소아응급 진료 방어선으로 아동병원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아동병원은 야간 및 휴일에 내원하는 중증 환자에게 적합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최용재 부회장은 새로운 응급소아환자 진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증도가 높을수록 처치 시간이 길어지고 투입되는 인력과 장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진료가 힘들어진다. 또한 응급환자가 도착하면 일반 환자 진료가 후순위로 밀려나 발생하는 민원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원까지 감수하며 환자를 치료해도 그에 대한 손실 보상이 없기 때문에 소아응급환자 진료 시스템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응급기관 환자병상정보를 공유하는 1339에 지역 아동병원이 참여하는 등 새로운 진료 시스템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