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종 치료법 표준화 중요성"
최종영 회장·이동호 연구이사·이인준 前 연구이사
2024.08.05 14:34 댓글쓰기




[특별기고] 현대의학은 기본적으로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지향한다. 이는 지금까지 시행된 여러 기초 및 임상 연구 등을 통해 얻은 근거(evidence)를 기반으로 각각의 질환에 대해 치료를 시행하는 과학(science)이다.


그러나 현대의학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지 영역인 부분이 많고, 같은 질환 환자에 대해 동일 치료를 적용해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전히 의학은 과학(science)인 동시에 예술(art)로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세포암종(간암) 치료 표준화가 어려운 이유


간암 치료는 아마도 이러한 현대의학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간암은 대부분 간경변과 같은 만성 간질환에서 발생하므로 암 자체 뿐만 아니라 환자 기저 간질환 및 간기능이 예후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간암의 경우에는 다른 암종보다 환자 예후를 예측하는 인자가 많고 복잡하므로 여러 병기(staging) 분류법이 제안돼 있다.


이처럼 간암은 병기 분류 자체가 복잡한데, 각 병기에서 제안되는 표준치료법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조기 간암에서 간절제술과 간이식, 국소치료술, 등 근치적 치료 외에도 경동맥화학색전술, 체외 방사선치료 등을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대로 치료 방법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치료법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국소치료술의 경우에는 고주파열치료술과 극초단파열치료술, 냉동치료술을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각각의 치료법은 특유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각 시술을 시행하는 과정과 소작 범위 등도 시술자에 따라 상이한 경우가 있다.


간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여러 병기에서 여전히 가장 흔히 시행되고 있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의 경우도 통상적인 시술 과정은 유사하지만 구체적 시술 내용은 기관이나 시술자에 따라 상이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간절제술과 체외 방사선치료 시행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술 및 시술 이름은 같더라도 실제 치료는 시술자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간암은 암 자체 병기 뿐 아니라 기저 간질환이나 간기능에 따라 여러가지 치료법이 고려될 수 있고, 같은 치료법 내에서도 다양한 세부적인 기법이 존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실제 간암 환자 진료에 있어 어떤 특정 치료법을 표준화해 권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개정된 대한간암학회-국립암센터 간암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 최대한 다양한 상황에 대해 근거 기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에서는 진료 가이드라인으로 다룰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특히 각각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표준화 과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간암 치료 표준화를 위해 대한간암학회 선도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각 환자 상황에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했다면 각 치료법에서 사전 준비 및 세부적 시술 방법, 그리고 시술 후 환자 관리와 추적 관찰 계획 등 간암 치료 과정 전반에 대한 학문적 근거와 전문가 의견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 질(質)을 높이고 치료 결과를 좀 더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 대한간암학회가 간암 치료에서 주로 사용되는 치료법들에 대해 표준화된 의견을 정리했다.


첫 번째로 2022년도에 간암 초치료로서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시행된 경동맥화학색전술에 대한 표준화 권고안 준비를 위해 활발하게 시술을 하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려 출발했다.


1년이 채 안되는 한정된 시간 동안, 제정위원회에서는 이 시술이 적용돼야 할 환자 선택, 치료 시행 전(前) 영상검사 종류와 방법, 치료 시행 전후(前後) 환자 관리와 약물 사용 여부, 시술 후(後) 평가와 관리 등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표준적인 과정을 정리했다.


방대한 분량의 문헌을 고찰하고, 시술 전문가들 의견을 설문을 통해 청취했으며 패널 토의 및 자문위원 검토와 공청회를 통한 최종 검토 및 의결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정리된 '전문가 합의 의견'을 2023년 대한간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했고, 주요 학술지에도 논문으로 게재했다.


위원회 구성 후 '전문가 합의 의견' 도출 성과 


두 번째로는 국소치료술 표준화 권고안을 위해 2023년에 제정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전문가들의 많은 노력을 통해 2024년 대한간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전문가 합의 의견'을 제정, 공표했다. 


이러한 '전문가 합의 의견' 목적은 특정 시술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치료술을 선택해서 적용해도 환자 안전 측면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제시, 시술 안전성을 높이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합의는 근거 중심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전문가들에게 제공해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간암 환자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간암학회는 앞으로도 간암 치료에서 주 역할을 하고 있는 다른 치료법에 대한 표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국내 간암 치료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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