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혁신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의학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단 계획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1월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의료기술과 신약 등 혁신의료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초고난도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고난도 중증질환자들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모든 기능, 초고난도 질환 치료 기반으로 변화시키면서 '전문의 중심 체계' 구축
연세의료원은 최상급 종합병원 전환을 위한 실행 방안으로 병원 내 모든 기능을 초고난도 질환 치료 기반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우선 의료원 산하 각 병원은 기존 일반 및 단기병상 비중을 줄이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인프라를 개편한다.
또 전문의 비율 확대와 입원전담전문의 활성화 등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TF(테스크포스)'도 구성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중입자치료 범위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중입자치료는 이달 초까지 전립선암 378명을 비롯해 췌담도암 45명, 간암 6명, 폐암 8명이 치료를 마쳤다. 내년 상반기 회전형 치료기를 추가로 가동하면 두경부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치료 환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로봇수술 역량도 대폭 강화한다. 이미 세브란스병원은 세계 최초 단일기관 로봇수술 4만례를 달성하는 등 국내 로봇수술 분야를 이끌어가고 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많은 전문분야에서 세브란스 술기가 국제표준이 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존슨앤존슨과 차세대 수술로봇 및 디지털 수술 플랫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폐암과 위암 등 암 분야에서 다국가 임상연구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하며 암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심장혈관 및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분야에서도 우수한 논문을 NEJM이나 JAMA, 란셋 등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학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정밀의료를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임상유전과와 소아신경과 등 17개 진료과 22명의 전문의가 참여한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개소한 바 있다. 하님정밀의료클리닉에서는 신의료기술 선제적 도입을 위한 제도나 지침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메디컬센터 2026년·중국 칭다오 재활병원 2025년 10월 개원 목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높인다.
연세의료원은 방글라데시에 영원무역과 함께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을 망라한 메디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 제안으로 금년 1월 기공식을 가진 메디컬센터는 2026년 개원이 목표다.
100병상 규모 파일럿병원과 500병상대 종합병원 및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등이 들어선다.
연세의료원은 지금까지 펼쳐온 다양한 해외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방글라데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현지에 선진의료를 전파하는 병원을 건립,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는 지하 1층에 지상 8층, 300병상 규모 칭다오 세브란스재활병원(가칭)이 내년 10월 개원한다.
재활의학과와 중증의학과, 내과, 외과 등으로 구성되며 CT와 고압산소치료기, 로봇재활치료기 등 최신장비가 갖춰진다.
올 상반기 1200억 적자, 수익구조 다변화…수익은 의학 연구와 미래 의료 '재투자'
무엇보다 수익구조 다변화로 경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연세의료원은 의정갈등이 시작된 올해 의료수익으로 상반기만 12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의료환경 변화로 당장 의료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제 진료수익만으로는 미래의료를 준비하기 힘들다"면서 "미래 발전동력으로 진료 외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첫 번째 방안으로 연구기술 분야를 강화한다.
우선 R&D(연구개발) 기획서비스나 연구 수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지원 그룹을 신설하는 등 연구지원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실제 데이터연구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헬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신진교수 연구정착을 위한 지원금도 올해 상반기에만 16억원 넘게 지원했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연구를 위해 교수들에게 의과대학은 163억원, 치과대학은 156억원, 간호대학은 7억2000만원을 최대 2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금 의료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은 의료 질(質) 향상을 위해 매년 20억원씩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지원이 국내 최초 수부이식 수술이라는 임상 성과는 물론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신의료기술 등재 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맞춤형 전담특허사무소 제도를 운영하고, 특허나 기술이전 관련 전문인력 육성, 교수창업 컨설팅도 확대한다. 이미 올해 10월까지 30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이전은 23건으로 계약액은 117억원에 이른다.
연세대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도 전·현직 동문들로 구성된 기부형 펀드 ‘세브란스 MD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고 투자기관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투자사와 의료원 최초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벤처투자조합은 국내 최초 산학협력 펀드이자 대학 동문 네트워크 기반의 펀드로, 우수한 기술과 사업성을 보유한 바이오헬스 분야 유망기업을 발굴해 세계적인 바이오헬스기업으로 성장을 지원한다.
벤처투자조합은 지금까지 약 90억원의 투자금액을 운용하며, 11개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투자기업 총가치는 20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연세대 교수창업 벤처들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모금 활성화를 통해 나눔문화가 환자치료와 연구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부금 운영체계도 손본다.
올해 환자지원을 위해 33억7700여만원이 모였고, 연구기부금은 17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금됐다. 특히 익명의 기부자는 의과대학 교육과 연구활성화 목적으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특허와 신의료기술 등 연구개발 기술을 통한 수익이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거액모금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