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가제도, 제약산업 중심 프레임 탈피해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
2025.12.08 05:16 댓글쓰기

[특별기고]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 정책은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제약사를 위한 것인가.


정부는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는 그와 거리가 멀다.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개혁은 보이지 않고, 제약사 요구가 반영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약가제도는 국민 보험료가 투입되는 공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산업 육성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제네릭 약가 '특혜', 환자에게는 한 푼의 이익도 돌아오지 않아"


개편안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혁신형 제약기업의 제네릭을 특혜 가격으로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제네릭 가격을 기존보다 훨씬 높은 55~68% 수준으로 인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네릭은 효과와 성분이 동일한 복제약이며 품질 차이가 없다.


동일한 품질의 약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격을 두 배 가까이 차이 나게 유지한다는 발상은 환자 부담을 키우는 정책이다.


국민들 건강보험으로 국내외 대형제약사 가격 경쟁력을 지켜주겠다는 논리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제네릭은 약가 인센티브 대상이 아니라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할 영역이다.


정부는 공급 불안정 의약품에 약가 우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필수의약품 공급난은 단순히 돈을 더 주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이 적은 필수의약품 생산을 기피하고 원료의약품 품질관리와 공급망 투자를 게을리한 탓이 더 크다.


필수의약품은 민간기업 선택과 채산성에 맡겨둘 수 없는 공공재 성격을 가진다.


약가 인센티브를 올려주는 방식은 단기적 미봉책일 뿐이고 생산 의무 규정 강화 및 국가 생산기지 구축 ·공급망 다변화 · 품질관리 강화와 같은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환자 생명을 시장 효율성에만 맡겨둘 수 없다.


"고가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제한은 규제 아냐"


효과가 불분명한 약을 가려내기 위해 도입된 급여적정성 재평가 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핵심 장치다. 실제로 일부 논란 의약품이 재평가를 통해 퇴출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절차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재평가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효과 없는 약에는 돈을 계속 쓰면서, 정작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는 구조를 방치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가 신약의 무조건적 도입’이 아니라 ‘효과가 입증된 약을 합리적 가격에, 투명한 절차 속에서,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중가격제(환급형 계약)는 본래 생명이 위급한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불가피하게 허용된 예외적 제도였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이를 특허 만료 약, 바이오시밀러, 만성질환 치료제까지 넓히겠다고 한다.


가격을 숨기겠다는 이 제도 확장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고 건강보험 투명성을 크게 훼손한다.실제로는 국내 가격을 높여 해외 수출 단가를 유지하려는 제약사의 이해와 밀접한 정책이다. 


건강보험은 산업의 수익 구조를 뒷받침하는 체계가 아니라 환자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공적 제도다. 그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가 비급여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급여 우선목록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환자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진짜 어려움은 ‘규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가격협상 절차 불투명성 및 등재 지연, 정보 비대칭에 있다.


환자는 하루 치료로 인해 생명이 바뀔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신약 접근성 개선은 의학적 가치 기반 가격평가, 투명한 협상, 불필요한 단계 제거, 등재기간 단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제약사 요구를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으로는 환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자와 함께 만드는 환자 중심 약가제도 개혁"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전체적으로 ‘제약산업 중심 프레임’이 강하게 드러난다.


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면서 산업의 수익 구조 개선부터 챙기는 방식은 환자에게 돌아갈 몫을 제약사에 우선 배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은 산업 보조금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보험이다.


약가제도는 그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하며, 환자의 치료 접근성·건강보험 지속가능성·필수 의약품의 안정 공급이 핵심 축이 돼야 한다.


지금 정부가 선행해야 할 것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 요구를 반영하는 약가정책이 아니라 환자단체·시민사회·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 구조다.


환자 생명권과 의료 접근성,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이라는 세가지 축을 동시에 지키는 약가제도만이 지속가능한 공적 시스템을 만든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고 환자 중심 약가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약가제도를 제약산업 지원책으로 전락시킨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


건강보험 목적은 산업 육성이 아니라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공적 관리하는 것에 있다. 정부는 환자 목소리를 반영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다시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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